[인터뷰]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기술기반 혁신벤처 늘어야 경제 탄탄"

"정부, 양적성과에만 주력해선 안돼
내실다지는 혁신형 기술창업 독려
규제 완화·R&D투자 고삐 조여야"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혁신형 벤처기업들이 늘어나야 우리 경제가 탄탄해질 것입니다. (기술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보는 ‘쉬운 창업’은 쉽게 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양적인 성과에 집착해 ‘쉬운 창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게 모두 사회 전체의 낭비라고 할 수 있어요.”

안건준(사진)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이 3일 경기도 판교 크루셜텍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회장은 “제가 크루셜텍을 설립한 2001년 전후와 비교해볼 때 지금은 창업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며 “조금만 노력해도 1억원 정도의 정책 자금 받는 것도 어렵지 않고,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비즈니스처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도 많다. 지금 이 시대는 창업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시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O2O의 경우 비즈니스의 특성상 100여 개가 경쟁하고 결국 한 두 곳만 살아남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며 “최종 생존한 기업은 좋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 입장에서 99개가 사라졌으니 낭비다. 쉬운 창업을 독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주춤하고 있는 공유 승차 산업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안 회장은 “기업 하나(카카오)가 가족까지 100만명에 달하는 택시 관련 시민들과 협상을 하는 방식은 단적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부재한 사례가 아니냐”라며 “정부가 (한 편에선) 욕을 먹더라도 혁신적인 제안을 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5대 그룹인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와 한국형 혁신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대기업과 벤처업계의 생태계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나가겠다는 협회의 기본 방향도 재확인했다.

우리 경제의 승기(勝氣)를 되살려 경쟁국을 역전할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미 늦은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인 규제 혁파와 과감한 R&D 투자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는 판단에서다. 안 회장은 “현 정부가 최선을 다해 (경제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10초에 달려야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는 100m 달리기 경주에서 20초에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혁신성장이라는 올바른 방향이 서 있는 만큼 집권 3년차 골든타임인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제 역할을 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에도 실패하더라도 방향성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인도 경영을 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상황이나 타이밍에서 실패 이유를 찾지 않듯이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 역시 글로벌 경제나 불경기 등 제반 외부 여건에만 원인을 둘게 아니라 이런 모든 환경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짚고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미래의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정부가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회장은 “국민이 배부르게 먹고 기업이 박수치며 신나게 일하면 경제는 자연스럽게 잘 풀린다”며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는 진보고, 보수고 따로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안 회장은 마지막으로 벤처기업계에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다며 후배 벤처인들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20여 년 전에 삼성전자를 나와 크루셜텍을 설립했던 것처럼 지금도 대기업이나 연구소, 대학 등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 인력들이 많다”며 “이들이 마음 놓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기술 기반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교=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