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일개 사무관 애초 싸움 안돼", 신재민 선후배 입장문 발표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해 뉴라이트 출신이라는 등 사실무근의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있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청와대의 KT&G 인사개입 및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 내부고발을 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선후배들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3일 오후 10시께 ‘대학 시절부터 신재민을 지켜봐 온 선후배 일동’은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호소문’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된 신 전 사무관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신 전 사무관의 부모님은 사과문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이 필요한 모든 조사절차에 성실히 임하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뉴라이트 출신이라는 등 사실무근의 ‘찌라시’ 및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의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신 전 사무관이 학부 시절 활동했던 교육 봉사 동아리에서 조직적으로 변호사 선임 등 문제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을 돕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 보도에 언급된 해당 동아리는 정치적·정파적 입장도 표방하지 않는 순수 교육봉사 동아리라고 설명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해당 동아리는 1969년 종로구청의 부탁으로 고려대 학생들이 근로 청소년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민변에서 이 사건을 거절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신 전 사무관 지인이 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에게 사적으로 연락을 취해 조언을 받던 중 이를 신 전 사무관이 (민변이 돕고 있다고) 오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사무관의 선후배들은 정부 측에 “정부와 일개 전직 사무관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 전 사무관의 의견에 귀 기울이되 잘못된 이야기라면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희는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주는 정부가 될 것임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전 사무관 부모님 측은 이들 호소문을 통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신 전 사무관 부모님은 “심성이 여린 재민이는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주의에 폐를 끼쳐 많이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옳은 일이라 생각해 용기를 내 나선 일이 너무 커져 버렸고 스트레스가 심각해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국민 여러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이 조사 절차에 성실히 임하도록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3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했다 4시간 만에 서울대입구역 인근 건물에서 발견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후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지인 A씨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후 관악구 소재 모텔에서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은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취한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한편 이날 오후 5시20분께 보라매병원을 방문한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신 전 사무관을 만나지 못하고 부모를 면담한 후 발길을 돌렸다. 방문 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 차관은 “(신 전 사무관의) 조속한 회복을 빈다”고 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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