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임동주 마야무역 대표

CEO·교수·저술가 1인 3역 수의학자
동물 사랑으로 사업 성공 이뤄냈다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9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임동주 대표가 마야무역 물류창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야무역은 반려동물과 관상어를 위한 사료와 영양제, 의약품 등을 수입·판매하는 회사다. 수의사 출신인 임동주 대표가 1980년 설립했다. 세계 최고 제품을 국내 독점 수입하며 성장한 마야무역은 이제 국내 동물의약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수의학 교수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임동주 대표를 만나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에 자리잡은 마야무역을 찾았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이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야무역은 반려동물과 관상어를 위한 사료와 영양제, 장난감, 수족관용 여과기 등을 수입·판매하는 회사다. 동물병원과 반려견 전용 소매 매장, 수족관, 온라인 쇼핑몰 등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야무역은 임동주 대표가 창업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0년 마야무역을 세워 사업가 반열에 뛰어들었다. 그가 26세 되던 해였다. 마야무역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꽤나 유쾌한 사람이었다. 회사 이름을 마야무역으로 지은 이유를 물었더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젊었을 때 제 별명이 ‘야생마’였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말이 들판에서 뛰는 것처럼 자유롭고 활기찬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말 ‘마(馬)’에 들 ‘야(野)’를 합쳐 ‘마야’라고 사명을 지은 거예요.”

임동주 대표는 물류창고를 보여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200㎡ 규모인 물류창고에는 2,000여 종에 달하는 품목이 비치되어 있었다. 창고 안에서 대형 지게차들이 제품을 운반하고 있었다.

임동주 대표는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원래는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임상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시엔 반려동물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소나 돼지 같은 산업동물 분야는 이미 수의사가 포화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제 대학 동기들 대부분은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에 취업을 했죠. 저는 시골에서 몇 달간 수의사 생활을 했는데, 자유분방한 성격 탓인지 얽매인 생활이 답답하더라고요. 고민 끝에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의사 생활을 접은 그는 곧바로 마야무역을 설립하고 독일에서 동물의약품 원료를 수입해 제약회사에 팔기 시작했다. 무역 업무 경험이 없었지만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했다. 직원까지 두고 사업을 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성격 탓에 다행히 거래처를 하나 둘 만들어갈 수 있었다.

마야무역은 반려견 얼굴에 생긴 눈물 자국을 없애주는 기능성 사료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때 임동주 대표는 다른 사업으로 눈길을 돌렸던 적이 있었다. 그는 1986년 PCB(전자부품을 인쇄 배선판 표면에 고정하고 부품 사이를 구리 배선으로 연결해 전자 회로를 구성한 판) 사업에 손을 댔다. 사업은 제법 잘 되었다. 판매량이 분기별로 두 배씩 늘었다. 하지만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임 대표는 말한다. “너무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어요. 그런 만큼 자금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판매량이 느는 만큼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판매 대금이 회수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당연히 자금 흐름이 나빠졌죠.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은행 문턱이 높아서 대출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욕심내지 않기로 마음먹고 바로 PCB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흑자도산을 한 셈이었습니다.”


회사 설립 10년이 지나자 마야무역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1990년 마야무역이 독일 ‘테트라’사가 만든 관상어용 사료를 수입해 국내에 팔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임 대표는 “테트라는 세계 최초로 관상어 사료를 만든 회사”라며 “수 차례 독일로 날아가 테트라사와 신뢰 관계를 쌓아갔고, 그 결과 마야무역이 테트라 제품 국내 독점 수입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동주 대표는 마야무역을 경영하면서 공부에도 매진했다. 그는 관상어 사료를 수입하기 시작한 뒤 전문성을 쌓기 위해 제주대학교 수의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1995년 석사 과정을 시작한 그는 2006년 넙치 질병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는 와중에도 삼육대학교 동물자원학과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7년부턴 모교인 서울대 수의과대학 초빙교수로 임용돼 후배들을 가르쳤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장학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은 다시 후대를 위해 수십 수백배로 학교에 돌려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이지 않느냐고 임 대표는 말한다.

임동주 대표는 책을 쓰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워낙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 주로 밤 시간을 이용해 집필을 하 고 있다. 임 대표는 “처음에 관상어와 관련된 책을 썼는데 당시만 해도 그런 책을 내 주는 출판사가 없었다”며 “그래서 1993년 출판사를 만들어 직접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임동주 대표가 펴낸 ‘인류 역사를 바꾼 동물과 수의학’.

그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대백과’, ‘애완동물 건강관리’ 등을 펴낸데 이어 ‘우리나라 삼국지(전11권)’도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에까지 알려져 임 대표는 미국 퀸즈 라이브러리 도서관 초청으로 뉴욕에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임 대표는 말한다. “어려서부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중국 역사인 걸 알고 실망했죠. 그래서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을 쓰고 싶어 ‘우리나라 삼국지’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그는 지난 2018년 5월엔 ‘인류 역사를 바꾼 동물과 수의학’을 펴냈다. 동물이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과 수의학과 수의사의 역할에 관한 책이다. 인용 논문과 서적을 정확하게 기재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텔링까지 갖추고 있어 수준 높은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 대표는 말한다. “동물이 인류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우리는 그걸 간과하고 있습니다. 몽골에 말이 없었다면 칭기즈칸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가 있었을까요? 낙타가 없었다면 이슬람교가 7세기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이웃 나라로 전파가 됐을까요? 제 책엔 수의학이 무엇이고 수의사가 무엇을 하는 의사인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수의사의 진료 대상에는 육상동물뿐만 아니라 조류, 어패류도 포함되어 있고, 그 영역 또한 전염병, 공중위생 같은 인간 건강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백신 개발 같은 분야에 수의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마야무역은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년 반 전엔 반려견 얼굴에 생긴 눈물 자국을 없애주는 ‘화이트 도그’라는 기능성 사료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마야무역이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임 대표는 말한다. “시중에 유사한 제품이 몇 개 있지만,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이 유일합니다.”

마야무역은 10년 전부터 국내에서 생산한 각종 동물의약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물량은 연간 500만 달러 정도다. 앞으로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어 분리시키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수의학 수준이 매우 높아요. 저는 백신을 포함한 동물의약품을 직접 개발해 수출하는 걸 앞으로의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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