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가운데)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행방을 감춘 조성길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현재 이탈리아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미국 망명을 원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기다리는 동안 이탈리아 정보기관에 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 신문에 북한대사관을 이탈한 조 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 중순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보당국의 수장들이 미국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조 대사대리의 신병에 대해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보당국이 조 대사대리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은 즉시 이를 미국에 알렸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 대사대리의 이탈과 잠적 사실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함구해왔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제2차 정상회담 후보지를 물색하며 후속 비핵화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조 대사대리의 송환을 요구하는 등 단서를 달 경우 협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대사대리의 잠적 소식을 공개하면서 이번 사건이 알려졌다. 김 위원은 전날 국정원 보고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조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데 임기 만료에 앞서 11월 초 공관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대사대리와 친분이 있는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애국심이 강했던 그의 잠적은 의외”라고 말했다. 현재 이탈리아·북한 친선협회 회장인 그는 과거 평양에서 통역이었던 조 대사대리를 처음 만났다. 그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성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해 10월9일 점심 식사 때”라면서 “그가 귀국하기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