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가운데)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AP연합뉴스
작년 11월 잠적한 조성길(44)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먼저 제3국으로 도피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왔고, 현재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망명 등의 해법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5일(현지시간) 지면에서 조성길 대사대리의 잠적과 그의 행방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조명하면서 이같이 추정했다.
이 신문은 조성길 대사대리가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사라졌으며, 현재 어디에 있는지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그의 잠적에 얽힌 사건을 지금까지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이 신문은 “조 대사대리는 작년 9월 귀임 통보를 받았고, 후임자에 대한 인수 인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외교부가 대사대리 교체를 위한 마지막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 11월에 그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에 이탈리아 정보당국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정보당국은 이미 제3국으로 도피해 은신해 있던 그를 찾아내 다시 이탈리아에 데리고 들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보기관에 연락해 양국 정보당국의 긴밀한 공조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추측했다.
조 대사대리가 최초로 도피했던 제3국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대사대리는 현재는 자신의 신병을 둘러싼 해법을 기다리면서 비밀 장소에서 이탈리아 정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그의 잠적을 인지한 이후 북한 당국은 특수 요원들을 로마에 긴급히 파견했으나, 조 대사대리 체포에 결국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특수 요원들은 남아 있는 공관원들의 동요를 막고, 이번 사태에 대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로마 남부의 에우르(EUR) 지역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조성길 대사대리가 2006년에서 2009년까지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이탈리아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조성길의 향후 망명지와 관련해서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신이 지닌 정보를 미국 등에 넘겨 보상을 받으면서, 신분세탁을 거쳐 이탈리아에 남는 것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그가 사람들과 물자들의 교통이 많을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한 만큼 서방 정보당국의 구미에 맞는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신문은 한국은 지난 수 십년 간 탈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망명지였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정부가 북한 체제를 배신한 그를 환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그에게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망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