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태펀드가 민간 벤처캐피털(VC)의 모험적 투자를 이끌기는커녕 안전 지향적인 투자행태를 유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모태펀드는 2000년대 초 벤처기업 시장 위기로 침체된 국내 VC 시장을 다시금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민관공동펀드로, 출자금을 민간 VC에 위탁해 운용하는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박재성 연구위원과 나수미 부연구위원은 7일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의 전환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6월까지 모태펀드를 포함한 민관공동 벤처펀드의 총 회수율은 23.6%에 그치고, 전체 회수 건 중 IPO와 M&A의 비중은 각각 15.5%와 5.4%에 머물렀다.
이처럼 모태펀드가 부진한 이유는 민간 투자참여자의 모험적 투자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태펀드에 참여하는 VC들은 민간 자금 유치를 위해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처를 발굴하는 대신, 운용보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부자금 확보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신생 벤처기업 대신 업력 3년을 초과한 중·후기 벤처기업 투자에 치중해, ‘안정적 정책자금 취득→낮은 수익률→안정적 정부자금 의존’의 악순환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과 나 부연구위원은 “모태펀드가 ‘VC 관리기구’로서의 역할에 치중한 나머지 순응적인 벤처생태계를 만들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도 소개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는 민간 투자참여자의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마련해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역내 VC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1993~1998년 한시적으로 운용한 자금으로, 출범 당시 투자한 217곳 중 56%에 달하는 122곳을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으로 이끌었다. 박 연구위원은 “요즈마 펀드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했다”며 “민간 VC에 5년 안에 정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제공함으로써 투자 성공 시의 기대수익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