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적 과제인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규제했던 금융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가명정보 개념 도입, 빅데이터 분석 및 이용의 법적 근거 명확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개인사업자 CB 도입 등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금융 업계도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은행 업계는 디지털 혁신을 위해 내외부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하거나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카드 업계는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솔루션 제공 서비스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대형 금융사의 신규 서비스가 마이데이터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에 대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금융사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 구조를 개선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무형자산으로 여겨져 폐쇄적으로 활용되던 금융정보의 주권이 근본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과거 회원국별 유동적으로 도입됐던 개인정보보호지침을 지난 2018년 5월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으로 격상시켜 단일법제 형태로 시행하고 있다. 이 법령은 소비자 정보 이동권, 열람권, 정정 및 삭제권 등을 명시하면서 개인정보 권리행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유럽은행감독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불서비스지침(PSD)2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동의한 경우 은행권은 고객이 지정한 업체의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금융정보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의 국제적 흐름에 따라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신규 플레이어를 출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정보 이동권이 보장된 형태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금융회사가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데이터가 제3의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돼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마이데이터 산업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