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6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동해 최북단, 겨울바다는 뜨겁다 - 고성 대진항’ 편이 전파를 탄다.
동해 최북단에 위치한 대진항. 잔잔한 바닷가를 들여다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물속을 누비는 머구리와 해녀들. 경계에 몸을 던지며 오늘도 새로운 새벽을 꿈꾸는 대진항 어민들의 3일이다.
동해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 위치한 대진항은 연말 막바지 조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저도어장이 매년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간 금어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저도어장의 위치는 북위 38도 33분선! 이곳에서 불과 1km 위에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특수성 때문에 대진항 어민들은 해경의 해상점호를 거쳐 어장에 들어갈 수 있고 그물이 조류에 휩쓸려 월선하지 않는지 긴장하며 치열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평상시에는 북위 38도 33분선까지 조업할 수 있거든요? 근데 저도어장은 38도 34분선까지 조업할 수 있어요. 그렇게 따지면 군사분계선 쪽 북한까지 한 몇 km가 안 되는 거죠.”
-김철호/ 금성호 선장-
어장 접근이 제한된 저도 어장과 북방 어장을 낀 대진항은 총 180척의 어선을 품고 있는 꽤 큰 포구다. 그만큼 어로한계선 수역이 황금어장이기 때문이다.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위판장 경매는 새벽 출항에서 갓 잡아올린 겨울 제철 동해안 생선들이 연이어 쏟아지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이맘때 동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도치와 곰치, 그리고 문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진항엔 다른 동해안 포구와 달리 잠수 어업을 하는 해녀와 머구리가 많은 게 특이하다. 현재 약 40명의 해녀들과 이른바 머구리라 불리는 심해 잠수부 7명이 저도 어장 바다 속을 찾아다니고 있다. 바다 속에서 30kg이 넘는 대왕문어와 씨름하는가 하면, 수심 30미터 가까이 잠수해 해삼과 멍게를 노련하게 잡는다.해녀배인 순양호를 타는 민정자씨는 올해 81세로 대진항 해녀 중 가장 최고령이다. 하지만 바닷속을 누비는 몸짓은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다.
고성군은 문어가 유명하다는 이야기처럼 그만큼 문어 낚싯배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문어 연승배는 낚싯줄에 돼지비계와 빨간 깃발을 매달아 문어를 잡는 방식으로 민통선과 가까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북한어부들의 문어잡이 방법이다.
그리고 대진항의 가장 유명인사가 있다. 바로 탈북이 아닌 북한에서 이사를 왔다고 주장하는 머구리 박명호씨다. 머구리는 잠수를 전문으로 물질하는 남자를 일컫는다. 60kg의 장비를 입고 배와 연결된 한 가닥의 호스에 의지해 수심 25m 이하로 가는 잠수어업이다.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가 꼬이거나 끊어지면 생명이 위험하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는 아버지라는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는 자신의 고향 청진 앞바다에서 가족을 위한 잠수를 하고 싶은 박명호의 바람이다.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찾는 발길이 뜸했던 대진항은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주말이면 외지 낚시꾼들이 찾는가 하면 통일전망대와 최북단 포구 구경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도 씩씩하게 겨울바다를 헤쳐 나가는 어민들의 삶을 보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에너지를 얻어간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