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들끼리 힘을 합치는 예를 비단 삼성·애플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독일 폭스바겐과 수소차 동맹을 맺고, 중국 포털 업체 바이두와 인공지능(AI)·자율주행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AI 플랫폼 연합을 추진하는 등 곳곳에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업종이나 업태가 다른 것은 여기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자란 점을 채워주는 훌륭한 파트너다.
기업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산업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만 해도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졌으면 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모든 것이 이어지는 초연결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을 하려면 IT와 자동차·보험이 묶여야 하고 AI가 작동하려면 데이터 분석은 물론 언어학까지 동원돼야 한다. 특정 기업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기술 격변의 시대에 대응하려면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 혼자 모든 것을 하겠다는 배타성을 버리고 수용성과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경쟁기업이라도 모자란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가 돼야 협력도, 생존도 가능하다. 모자라는 것을 남에게 무조건 의존하는 것은 협력이 아니라 종속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거나 매출이 늘지 않는다고 연구개발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혁신은 남에게 종속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