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상품제안서에 실질 수익률 명시해 고수익 상품 가입 유도한다

행태경제학 연구 결과 실질 수익률 넣으면 중위험, 중수익 상품 선택해

퇴직연금 상품 설명서에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시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 대신 중위험·중수익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금융감독원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연금 사업자들의 고객에게 제시하는 상품 제안서에 명목 수익률뿐 아니라 실질 수익률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물가 상승률을 참고 지표로 명시하도록 했다.


7일 금감원의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 운용 행태 개선을 위해 행태경제학을 적용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72조1,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 자산형성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운용 수익률은 연 1.88% 수준에 그쳤다. 특히 가입자의 상품 선택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됐고 가입자의 91.4%가 처음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지 않았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행태경제학은 이 같은 소비자의 비합리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퇴직연금에 행태경제학적 접근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이 한국 갤럽을 통해 선정한 630명의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퇴직연금 가입자 다수가 연금 운용 과정에 무관심을 보였고 같은 상품이라도 정보 제공 형식에 따라 다른 상품을 선택하는 행태를 보였다. 신원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국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난 연말 퇴직연금 상품제안서 표준서식 제정 때 활용했다”며 “앞으로도 행태경제학적 연구 주제를 적극 발굴해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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