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개월간의 비서실장직 임무를 마무리하는 지금,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실장은 의정활동 경험에 힘입은 정무 감각과 특유의 친화력 및 정책조정 능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부터 비서실장을 맡아왔다. 그는 개혁 성향 ‘86그룹’ 출신인 만큼 대화와 토론, 격의 없는 소통과 탈권위의 청와대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힘썼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가 큰 문제 없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 임 실장의 공이 컸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2007년 ‘개성공단 지원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남북관계에 경험이 많고 철학도 뚜렷했던 만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진력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배석한 이도 임 실장이었다.
2017년 말 정치권에서 자신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을 둘러싸고 논란이 점화하자 그는 여야 원내대표들을 직접 만나 갈등을 해결하기도 했다.
다만, 현안의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있을 때마다 ‘86그룹’의 얼굴이자 인지도 높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과 맞물려 ‘자기 정치를 한다’라는 야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 작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선글라스를 낀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권위주의 상징’ 등 비판이 잇달았다. 이에 임 실장은 한 달 뒤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자리가 갖는 특수성과 무거움을 되새기고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저런 논란과 비평이 따르지만, 전반적으로 ‘정치인 임종석’의 존재감은 비서실장직을 맡기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평가다. 그는 여권 내 ‘잠재적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될 정도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비서실장이 많이 듣는 비판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독점설’ 혹은 ‘무능설’인데 임 실장은 이런 비판을 받지 않았다”며 “남북문제 등에서 능력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임 실장의 차기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임 실장이 이후 21대 총선을 준비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향후 개각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하리라는 예측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확률은 낮다.
임 실장은 앞서 16대 국회에서 서울 성동, 17대 국회에서 서울 성동을 지역구 의원을 지낸 바 있다. 그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진 만큼 서울 종로와 중구·성동을, 용산 등 지역구가 가능성 높게 점쳐지는 상태다. 특히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 한 번씩 거치곤 하는 종로가 눈에 띈다. 이른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후 대권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점을 고려하면, 임 실장이 종로에서 출마할 경우 확실히 정치적 ‘체급’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실장이 쉬운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명분이 있고 ‘빡빡한’ 선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