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최희연(50·사진)은 ‘베토벤 전문가’로 통하는 연주자다.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 2002년부터 4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보인 이후 줄곧 ‘베토벤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런 그가 5년 만에 베토벤의 아름다운 소나타 명곡으로 구성된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데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이번 앨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8번, 26번, 27번, 30번 등 총 네 곡이 담겼다.
최희연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오랜 시간 베토벤을 공부하고 연주하다 보니 그의 음악과 나의 관계가 마치 부부(夫婦)와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며 “사랑에 빠졌다가 익숙해지고 지겨워지는 시기가 오고, 또 미워하다가 어느 시점을 극복하고 나니 이제는 베토벤의 음악과 내가 한 몸인 것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불과 6세의 나이로 클래식계에 데뷔한 최희연은 31세가 되던 1999년 서울대 음대의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오를레앙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베를린에서 진행한 이번 앨범 작업에는 그래미상을 여섯 차례나 수상한 마틴 사우어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최희연은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는 물론 내면의 음성까지 주목하고 끌어내 주는 분이었다”며 “음악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이 신기하리만치 잘 맞아서 참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앨범 수록곡 가운데 하나인 26번 ‘고별’은 베토벤의 32개 소나타 가운데 유일하게 작곡가 본인이 직접 표제를 붙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와 함께 27번과 30번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때 만든 곡으로 절망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명곡들이 워낙 많다 보니 앨범 수록곡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한 번의 연주로 끝나는 공연과 달리 앨범은 계속 남는 거니까 ‘나의 목소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저와 딱 들어맞는 곡을 찾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고민을 중심으로 음악의 조성 관계, 작품과 작품의 연관성을 등을 고려해 4개를 선택했습니다.”
최희연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이 공연을 통해 앨범 수록곡인 26번 ‘고별’과 27번, 30번을 차례로 들려준다. 앨범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베토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8번 ‘비창’도 무대에 올린다. “제가 오랫동안 베토벤을 연구하면서 나름대로 파악한 키워드는 다름 아닌 ‘숭고함’입니다. 성찰의 여유 없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숭고의 가치를 잃어버렸는데 베토벤은 숭고한 정신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표현한 사람입니다. 관객들도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의 소나타를 들으면서 숭고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PRM
피아니스트 최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