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투자자들은 올해 어떤 투자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매도 공세로 대형주 대부분의 주가 대비 이익 비율(PER)이 지난 20년 평균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소위 말하는 저평가 주식에 투자할 시점이 된 것이다. 실제 많은 대형주가 지난 2013년 이후 역사적 최저점에서 와 있다. 장기적인 투자자라면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바닥권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저점매수(bottom fishing)의 타이밍을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주가 수익 비율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의 매크로 환경에서는 과거의 저점과는 다르게 여러 이유로 왜곡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 주가가 정말 디스카운트돼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현재 어떤 주식이 저평가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령 PER은 회사의 부채 비율의 증가, 바이백, 그리고 회사 자본이 지속해서 영업 현금을 유출하는 자산에 배분되고 있는지에 대한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크레디트스위스 홀트가 산정하는 PER은 회사의 투자와 자본 구조를 고려한 영업 현금 이익에 근거한 순이익에서 PER을 구하므로 앞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리스크의 많은 부분이 반영된 PER이 산출된다. 이런 추가적인 리스크를 고려해 PER을 보면 현재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이머징마켓의 PER은 20년 중간 정도이며 일본만이 20년 중간 아래 수준이다. 즉 저점매수를 고려하기에는 어중간한 수준이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적인 PER과 현금 어닝 PER의 차이가 근래 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현재 시점에서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왜 비슷한 두 지표 사이의 차이가 늘어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PER의 분모인 어닝 지표에서 현금 영업이익과 회계 보고상의 이익이 짚어내는 질적인 어닝 간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자본구조가 바뀌어서 어닝의 퀄리티가 달라졌는데도 이에 대한 변화를 PER이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바이백 트렌드이다. 바이백의 경우 자본을 줄여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회계적 주당순이익을 증가시키므로 PER로 회사의 가치가 저가인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불러온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같이 현금 이익과 회계적 이익의 괴리가 커진 때는 투자자들은 단순히 PER이 낮은 주식에 초점을 맞춰 저평가 주식을 찾을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가 일정한 부채 비율을 유지하면서 회사의 영업현금 흐름 창출 능력이 증가하고 있는 회사, 나아가 회사의 회계 이익 퀄리티가 유지되고 있는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만 만족할 만한 저점매수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