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록 노원구청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노원구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노원구의 특성을 설명할 때 베드타운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구청 직원들은 구(區)의 이미지가 고착화된다며 난색을 표하지만 오 구청장은 ‘노원구는 베드타운이 맞다’며 개의치 않는다. 이 같은 그의 신념은 수락산 휴양림 조성과 공원 리모델링 등 각종 ‘힐링’ 정책으로 이어진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구민들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쉬면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소소한’ 정책이지만 노원구에 맞는 처방이라는 게 오 구청장의 지론이다.
오 구청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구정 방향에 대해 “지난 6개월 간 해왔던 것처럼 주민 일상의 작은 행복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주거 거점으로 개발된 노원구는 현재 아파트 비율이 전체 가구 대비 80%에 이른다. 가장 큰 건물이 백화점일 정도로 산업 지구가 거의 없고 대부분 상업·주거지구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의 구민들은 아침에 다른 지역으로 출근해 일한 후 저녁에 노원구로 퇴근하는 삶을 영위한다.
오 구청장은 이 같은 구민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려 한다. 그는 “노원은 수락산·불암산 등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라며 “우이천·중랑천·경춘선 숲길 등 걷고 싶은 길도 많다”고 강조했다. 노원구는 수락산 휴양림·불암산 무장애숲길·공릉동 철도공원 박물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 구청장은 “주말이면 다들 강원도에 가려고 생각하는데 걸어서 5~10분 거리에서 3~4시간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올해 ‘공원의 재탄생’에 방점을 찍고 관련 정책을 진행한다. 1980년대 말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와 함께 조성된 공원도 3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노원구 내 공원은 근린공원 24곳, 어린이공원 88곳 등 100여곳에 달한다. 오 구청장은 “세월과 함께 나무가 크고 숲은 울창해졌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된 측면이 있다”며 “어린이공원인데 어린이는 없고 청소년들의 우범지대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올해 주민주도형으로 공원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공원뿐 아니라 지방하천도 정비해 ‘걷기 좋은 길’을 만들 예정이다. 오 구청장은 “당현천·우이천·중랑천에 흙길·꽃길 등 테마형 거리를 조성해 볼 생각”이라며 “매년 5월 열리는 당현천 등(燈) 축제에 파사드와 루미나리에 등을 넣어 규모를 키워보려 한다”고 말했다.
민선 7기 구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사진제공=노원구
지역 내 개발 욕구가 많지만 오 구청장은 경제정책을 장·단기로 구분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광운대·인덕대·서울과학기술대 등 대학과 연계한 창업·지역 경제 활성화는 단기 정책이다. 3차원(3D) 프린터 창작활동 및 창업을 지원하는 ‘메이커스원’이 대표적인 예다. 장기적으로는 4호선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을 이전해 24만8,000㎡(7만5,000평)의 부지를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오 구청장은 “창동 역세권 개발사업은 노원의 큰 희망”이라며 “이곳에서 총 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 노원구도 자족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10·4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판문점 도로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오 구청장이다. 그는 “중앙정부가 항공모함이라면 자치구는 기동함”이라며 “보건·의료분야를 중심으로 작은 협력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관내의 백병원·을지병원·원자력병원 등과 협업해 링거팩 등 의약품 제조 기술을 북한 제약공장에 지원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