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전 코치 /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심석희(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빙상계 내부적의 곪아있는 환경은 오래전부터 밖으로 새어 나왔다.
2004년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주축 선수 6명이 코치진의 심각한 구타와 폭언에 시달리다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고, 2005년에는 코치진 선임에 반발한 남자 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입촌을 집단으로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코치진의 폭력행위와 선수들의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 올랐지만, 변화는 없었다.
문제를 일으킨 코치진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빙상계로 복귀했다. 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만 거두면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성추행 등 심각한 행위를 한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한 실업팀 감독은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됐다.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이 막힌 몇몇 지도자들은 해외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조재범 전 코치도 같았다.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자 중국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석희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은 조 전 코치가 이전 가해자들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다시 빙상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사제관계가 ‘주종 관계’로 변질된 부분에 대한 비판이 많다.
심석희 측 법무법인 세종은 “조재범 전 코치는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심석희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저질렀다”라고 전했다.
이어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는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다”라며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폭행에 쉽게 노출되어있지만, 전혀 저항할 수 없도록 억압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심석희의 폭로에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면적인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재범 전 코치 측은 폭력행위에 관해선 인정했지만,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