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쪽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진보단체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백주연 기자
“뻔뻔한 양승태는 본인이 아직도 대법원장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사법농단으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짓밟고도 한치의 반성도 없이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두환이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노총·금속노조·민중당 등 진보 단체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11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쪽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이고 있는 작태가 우리나라 사법부의 수준”이라며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하겠다는 것은 적폐판사들이 아직도 또아리를 틀고 있는 법원을 향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폭력 시위 주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가석방 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청와대와 거래한 의혹을 받는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윤 부위원장은 “KTX 승무원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야했고 6만명이 넘는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됐다”며 “철도의 합법 파업은 불법파업이 됐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만든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명의 대통령도 사법부 판단에 의거해 구속된 만큼, 오늘 적폐 중 적폐이자 사법농단의 몸통 양승태를 구속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국정을 어지럽힌 사건의 총 책임자로서 기자회견 할 신분이 아니라고도 이들은 주장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우리 헌법에 의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기 때문에 피의자인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서야 할 것임을 강력히 주장한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하는 입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대법원, 그것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수사를 받으면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검찰의 실체규명에 협조하는 것이 지금이라도 후배 법관들에게 보여줄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쪽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진보단체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백주연 기자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 등 후속 조치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에 대한 날 선 비판도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반대를 핑계대며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사법농단 당시의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적폐 법관 세력을 비호하며 청산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촛불 민의 관철을 위해 제대로된 법원 개혁을 추진할 것인지 사법 적폐를 존치할 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올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저녁 7시에는 시민들도 동참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