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로 꼽혔던 북미펀드가 고꾸라지면서 베트남·인도·브라질 펀드가 ‘포스트 북미’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브라질과 인도 펀드가 치고 나가고 있지만 투자금은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베트남펀드에 몰려드는 모습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북미펀드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북미펀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0.60%로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펀드 평균 수익률(-9.85%)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휘청일 때도 홀로 자금 몰이를 하며 안전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낼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경기 고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북미펀드에 경고등이 켜지자 자금유출도 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640억원이 빠져나갔고 이 중 절반 이상인 422억원이 지난 한 달 동안에 줄었다.
이와 달리 베트남 펀드는 아직까지 수익률이 형편 없지만 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수익률은 지난 3개월간 -12.80%로 북미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이 기간 322억원, 6개월간 1,304억원이 유입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 중반대의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데다 내수 성장이 글로벌 무역분쟁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는 2% 부족한 투자환경이지만 중장기 모멘텀은 충분하다”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우량 기업 매각 및 상장, 민영화 속도전을 위한 국가자본관리위원회 설립, 증권법 개정, 2020년 신흥시장 승격 여부는 놓쳐서는 안 될 중장기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과 인도 펀드는 악조건인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도 ‘솟아날 구멍’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각각 15.82%, 10.23%의 수익을 올리며 신흥국 중 투자 안식처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 기간 10%대 펀드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글로벌 국가는 두 나라뿐이다.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신임 대통령의 정책 기대감이,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제도 개혁 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베스파지수는 9만포인트를 상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이런 상승세는 약 30년 만에 정권을 잡은 우파의 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세가 지속 되기 위해서는 개혁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