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이 사랑한, 아니 존경해마지 않는 슈퍼천재의 삶. 이 책은 저명한 물리학자 지노 세그레와 그의 아내이자 역시 명성 높은 보건학자인 베티나 호엘린이 써내려가는 ‘물리학의 교황’ 엔리코 페르미 이야기다.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늘 그렇듯 엔리코 페르미 역시 명과 암을 동시에 지닌다. ‘페르미의 역설’, ‘페르미 우주망원경’ 등이 대놓고 드러내듯 물리학의 신세계를 활짝 열었던 것이 명이라면 원자폭탄을 발명해 많은 인류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사후세계에서조차 그를 지독히 따라다니는 그림자다.
분명한 것은 페르미가 오명의 천재 과학자란 비판을 받는 것은 광기의 시대가 낳은 부산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엔리코 페르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고 저자들은 묻는다. 대량살상무기를 세상에 내놓은 직후 페르미는 “양성자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을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페르미의 연구물인 방사성 동위원소는 이후 암을 치료하는 의료자원으로 널리 쓰였다. 2만5,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