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히는 황교안(사진) 전 국무총리가 이르면 다음 주 초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그가 당권 레이스에까지 뛰어들 경우 다음 달 27일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대가 친박계(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는 황 전 총리와 비박계(비박근혜계)의 구심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오세훈 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위 위원장(전 서울시장)의 2파전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11일 “황 전 총리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입당 의사를 밝혔다”며 “입당 시기는 당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당 의사는 분명히 밝혔지만 전대 출마 얘기는 하지 않았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이날 만남은 황 전 총리가 김 비대위원장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입당 의사를 나타낸 시점을 감안할 때 당권 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대권 도전으로 직행할 생각이라면 굳이 전대를 한 달여 앞둔 이때 입당을 하겠냐는 얘기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황 전 총리가 진흙탕 싸움을 피하고 바로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 정치권의 중론이었다”면서 “하지만 황 전 총리가 이 시점에 한국당 당적을 갖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전대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과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게 되면 단숨에 유력 주자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황 전 총리와 오 위원장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가 황 전 총리와 오 위원장의 2파전이 되면 한국당이 다시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양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입당,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실상의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도체제의 유형과 전대 룰이 결정되면 출마 여부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흥행에 성공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전대 판은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 이 외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심재철 의원, 정우택 의원, 주호영 의원 등이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