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의 잇따른 해외 출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8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7개월 동안 매달 한차례 이상 국외 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특히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 검출에 따른 수돗물 파동이 일어나고 홍역과 호흡기세포 융합바이러스(RSV) 등 전염병이 발생한 가운데에도 시정을 책임진 시장이 국외 출장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권 시장은 지난 7~12일 5박 6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 2019’를 참관했다.
그는 현지에서 대구·경북 상생발전 간담회를 열고 자율주행 기업인 모빌아이와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기간 대구에서는 지난 7일 생후 12개월이 안 된 영아 3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종합병원 간호사 등 환자가 매일같이 증가해 12일 기준 13명으로 늘었고, 전염성 호흡기 질환인 RSV 환자도 잇달아 발생해 확진자 37명으로 집계됐다.
권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나서 십여 일 뒤인 6월 25~28일에도 3박 4일간 도미해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WGC)를 참관했다.
지난해 6월은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서울 수돗물보다 5배가량 높게 검출돼 시민들의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이 고조된 시기였다.
이로 인해 대구시는 낙동강 상류 해평취수장으로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면서 구미시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10년 가까이 지속한 갈등을 또다시 자극하기도 했다.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높게 드러난 것은 권 시장이 출장길에 나서기 3일 전인 6월 22일이었다.
하지만 권 시장은 2021년 WGC 개최지로서 전차대회인 워싱턴 총회에 대구를 홍보하고 한국 전시 참여업체를 방문해 근무자를 격려한다는 명분을 들어 출장을 강행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7월 25~27일 싱가포르(센토사 모노레일 유치관리사업 계약 체결식 참석), 9월 23~28일 네덜란드(유러피안 물기술주간 레이와르덴 2018 참가), 11월 5~8일 중국(우호협력도시 샤오싱 방문) 등지를 방문했다.
또 11월 26~28일 중국(제2회 한중지사·성장회의 참가), 12월 4~7일 이스라엘(IMC그룹 투자유치), 12월 16~18일 중국(항저우 스마트시티 정책 발표)으로 출장을 갔다.
지방선거 이후 만 7개월간 중국 3차례, 미국 2차례, 동남아·유럽·중동 1차례 등 총 8차례의 국외 출장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시민단체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250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필요하면 국외 출장을 갈 수 있겠지만 권 시장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앞뒀고 홍역 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시장이 자리를 비우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단체장들이 국외 출장을 가서 파급효과를 과장되게 알리는 경우도 있었고, 시민 세금으로 출장 가는 만큼 단체장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홍역 등 전염병 발생 추이에 관해 매일 미국에 체류하는 시장에게 보고했다”며 “(시장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년째 CES에 참석해 대기업 총수와 외국 CEO를 만나왔기 때문에 상징성 등을 고려해 이번에도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