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폐지' 中企에 부메랑...144곳 감사 선임 불발 사태 오나

'대기업 규제' 상법 개정 공전만

의결권 대리행사(섀도보팅) 폐지로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도 중소기업의 무더기 감사 선임 불발 사태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 곳이 늘어나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중소기업이 곤란을 겪을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 개정을 통한 주총 결의요건 완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개정 논의가 공전하면서 아무 대책 없이 1년을 허비한 꼴이 됐고, 그 피해는 중소기업이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의결정족수(발행주식 수 4분의1) 미달로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지난해(56개)보다 2.7배가량 많은 154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144개로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감사·감사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곳이 늘어나면서 내년에는 기업 수가 238개로 껑충 뛰고 이 중 중소기업이 22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주총 대란’을 겪었지만 전자투표 참여 독려, 주총 분산 개최 등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만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자투표 참여율은 3.9%에 그쳤고 코스닥 주주의 상당수는 여전히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잘 대비했어야 했다’는 인식은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7월 “현재 대책이라는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 도입은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3%룰(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완화 등 지금의 경제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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