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 숨막힌 韓] 마스크 필수인데..."귀찮다" 착용 NO

병원은 환자로 붐벼 "경각심 부족"

전국이 고농도 미세먼지로 뒤덮인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쉽게 발견돼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과 노인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송파구 주민인 박모(80)씨는 “미세먼지 문자가 오지만 별 신경이 안 쓰이고 많다는 말을 들어도 답답해서 마스크를 안 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초구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도 2학년 학생들이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야외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옥외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강남역 인근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설 노동자 윤모(67)씨는 “건설 현장에 있다 보면 분진 등 미세먼지보다 나쁜 요인도 많다”면서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받거나 미세먼지 대처요령에 대해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불과 일주일 전 초미세먼지가 150㎍/㎥ 이상이면 작업을 단축하는 등 건강보호 기준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과 다름없었다. 서초구의 한 환경미화 공무원은 “휴게실마다 마스크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공급이 항상 부족하다”며 “인터넷에서 사비로 마스크를 구매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면 병원 진료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날 기자가 찾은 강남구의 한 이비인후과는 점심시간에 몰려온 직장인 환자들로 진료 대기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었다. 이은일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은 현재 개인이 미세먼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책”이라며 “미세먼지·초미세먼지는 체내로 유입돼 심혈관계 질환, 뇌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농도가 높은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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