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경제 실패 프레임 그리고 경포대

이현호 국제부 차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역대 최장수 일본 총리라는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 그 자신과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로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3연임에 성공했다. 몰락의 기로에 섰던 아베 정권을 되살린 것은 북한의 도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시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외교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재팬 패싱’ 등을 극복할 인물은 경험 많은 아베 총리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됐다며 북한 문제가 그의 재집권에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아베 정부가 집권 위기를 모면하려고 얕은꾀로 북한 위기를 활용했다는 상반된 지적이 있다.

물론 우리 정치도 북한 카드를 일본처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보수층은 현 정부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북미정상회담 중재라는 북한 이슈를 활용해 지지율 80%를 찍었지만 약발이 떨어지면서 지지율이 반 토막 났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권이 똑같이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양국의 집권세력이 득을 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북한 이슈가 수그러들면서 한국은 정권 지지율이 급락한 반면 일본은 커다란 변화가 없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베 정권이 지지율 변동 없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일본 경제의 활력에서 찾을 수 있다. ‘아베노믹스’는 법인세를 낮추고 일자리 450만개를 만들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비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900만명에 머물던 외국인 관광객이 3배나 증가하면서 국민 체감경기가 호황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반대로 갔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고 공무원 수를 늘렸다. 기업보다는 노동운동을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2년간 재정 5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실업자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결국 집권한 지 만 2년도 안 돼 지지율은 급속도로 추락했다.

올해로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분명 경제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올리고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를 단행했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여당 지도부와의 송년 오찬에서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야권과 언론이 경제 전반의 상황을 위기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제 실패 프레임’의 반대편에 서 있는 대통령의 인식 체계로는 한국 경제에 대한 각종 경고음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딱지처럼 붙은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는 오명이 이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베노믹스는 완전하지 않다. 그렇지만 각종 지표에 드러나듯 국민이 먹고살 걱정이 없도록 하는 데 성공하면서 아베 정권이 롱런하고 있다는 점을 현 정부가 인식하기 바란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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