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발간하는 국방백서에 ‘북한은 적’이란 표현이 공식적으로 삭제됐다. 그간 북한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킬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KMPR)’이란 용어도 국방백서에서 지워졌다. 한편 북한군은 요인 암살 작전을 전담하는 특수작전대대를 창설했고, 특수전 부대의 위상 강화를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 편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1967년 이후 23번째로 발간된 국방백서는 2016년과 같은 총 7장의 본문으로 구성됐다.
먼저, 백서에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표현했던 문구가 사라졌다. 백서에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을 특정하는 대신, 모든 위협·침해세력을 적으로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백서는 “남과 북은 군사적 대치와 화해·협력의 관계를 반복해왔으나,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였다”라고 적 문구 표현 변경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표기한 바 있다. 그간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류·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북한군과 북한 정권을 적으로 표현한 데 논란이 있어 왔다.
이번 ‘적’ 표현 변경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이를 의식해 이번 백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또 국방백서는 북한군 동향과 관련, 요인 암살 작전을 전담하는 특수작전대대가 창설됐다고 소개한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 11월 4일자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특수작전대대의 전투 임무 등을 보도했다. 북한은 특히 특수전 부대의 위상 강화를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편성, 분류하는 등 특수작전 능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2㎜·200㎜ 견인방사포를 추가 생산해 전방과 해안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최근에는 사거리 연장탄과 정밀유도탄 등 다양한 특수탄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은 방사포탄을 개량해 정밀유도탄, 사거리연장탄, DPICM(이중목적고폭탄), 화염탄, 대공표적 제압용 공중작용탄 등의 특수탄을 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북한군은 전략군사령부 예하에 9개 미사일여단을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백서는 설명한다. 이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비롯한 북극성-1형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4·15형을 비롯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운용하는 여단일 것으로 예측된다. 백서는 고체형 신형 단거리미사일(S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대포동을 포함해 북한이 개발했거나 보유한 각종 미사일 14종도 소개했다.
북한 핵 능력과 관련해 백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50여㎏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농축우라늄(HEU)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6 국방백서 평가와 동일하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 장소를 은닉하고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어 한미 정보 수단 등으로 포착이 제한되어 같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17년 7월과 11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화성-14형과 15형을 각각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실거리 사격은 실시하지 않아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백서에서는 ‘킬체인·대량응징보복체계’란 용어가 폐기되고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새로운 용어가 쓰였다. 킬체인과 KMPR 등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우리 군 전력과 관련해서는 현재 59만9,000여명인 상비병력이 오는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되는 것으로 쓰여 있다. 육군은 46만4,000여명에서 36만5,000여명으로 줄어들고, 해·공군, 해병대는 현 정원이 유지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436명인 장군 정원은 2022년까지 360명으로 76명 감축된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국방백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맞추어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비무장지대 실질적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 상시 군사회담 체계 구축, 군사 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등의 신뢰구축 조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서해 NLL에 대해서는 “북방한계선은 우리 군이 지금까지 굳건하게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북방한계선 준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북방한계선에 대한 그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군은 강력한 수호 의지와 대비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서에는 독도를 우리 영토로 표기한 대한민국 전도가 삽입되어 있다.
국방부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주요 국방 현안은 국방백서에 ‘특별부록’으로 구성했다. 특별부록에는 군 적폐청산위원회 활동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경과와 평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회 지원, 독일 6·25 전쟁 의료지원국 포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부록’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북핵 문제 관련 주요 비핵화 합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직·간접 지원 규모 등을 넣어 국방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국방 관련 연구 자료로 활용토록 했다.
‘2018 국방백서’는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e-book 형태로 열람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앞으로 국회와 정부기관, 연구소, 도서관 등에도 배포된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