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저축銀중앙회장 선출도 '잡음'

회추위 명단 공개돼 공정성 논란
노조 "흠결 있는 후보 안돼" 압박


차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후보가 관료 출신인 한이헌 청와대 경제비서관과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대표, 민간 출신인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 등 3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선출 과정의 공정성과 일부 후보자 자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파문 이후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협회장 선출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부 후보들이 관 출신임을 부각하면서 스스로 ‘낙하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후보등록을 받는 과정에서 회추위원 명단이 후보자들에게 그대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산 출신의 한 유력 후보자와 사전교감한 부산·경남 일대 저축은행들이 대구·경북 및 호남 소재 저축은행 대표인 회추위원들을 만나 ‘(해당 후보를) 잘 부탁한다’는 의사를 집중적으로 전달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이 같은 물밑 로비를 우려해 회추위 명단을 철저히 비공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출을 막지 못한 셈이다. 회추위원은 저축은행 대표 4명, 비상임이사 2명, 전임 저축은행중앙회장 1명으로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14일 회추위가 2시간 만에 7명의 등록 후보자 가운데 3명을 압축했다는 점에서 이미 당국이 특정인사를 ‘낙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관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기존 관례처럼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후보는 “7명의 후보가 제출한 수십 장의 관련 서류를 토대로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면 2시간 만에 3명을 압축하기는 쉽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회추위가 압축한 3명의 후보 가운데 자질 논란이 제기된 인사가 나오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과거 독단적 경영과 직장 갑질, 도덕적 흠결 등 온갖 구설수와 의혹이 제기된 일부 후보는 스스로 사퇴하거나 회추위가 철저히 검증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정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관 출신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선출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조 등에 제보나 투서가 난무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회추위는 한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표 등 2명만 최종 후보로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회원사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를 막판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역대 가장 많은 후보자들이 지원해 흥행하는가 싶더니 결국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당국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이순우 회장에 이어 업계 출신 회장을 기대했는데 다시 관 출신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일부 저축은행 대표는 “민간협회가 관료 출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놀이터라도 되느냐”며 “총회에서 회원사들의 분위기가 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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