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대주주 일탈 바로 잡아야 VS 위헌적 기업 옥죄기" 시민단체도 갑론을박

국민연금, 한진칼·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두고
진보·보수 시민단체 같은 시각 토론회
진보 "대주주 일탈 해태하는 이사들 해임해야"
보수 "연금 의사결정구조 정치독립성 못갖춰…연금 사회주의"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박능후 장관의 인사말을 참석자들이 듣고 있다. 이날 기금운용위에서는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수탁자 책임전문위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180640)과 대한항공(003490)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토록 한 가운데 시민단체들도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대주주의 일탈을 주주권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과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한동안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항공 정상화 위한 국민연금 역할’ 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요구했다. 토론회에는 경실련뿐 아니라 윤소하·이학영·채이배 의원이 참여해 무게를 실었다.

참여연대는 대한항공을 ‘문제기업’이라고 지칭하며 국민연금이 각종 대응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들은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통해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한국 특유의 ‘갑질 문화’ 및 불투명한 기업 의사결정 구조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민변 김남근 변호사는 “(한진그룹) 총수 및 대주주 일가의 각종 부정 의혹에도 한진칼 이사회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대주주 일탈 행위를 견제 감독하지 않는 한진칼 이사회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 반대 및 해임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금이 다른 기관 및 소액 주주에게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며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로 인한 한국기업들의 주식 가치 훼손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 주주권행사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단기적 기업사냥을 통해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자들과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의 관점은 다르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익적 역할의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제고 하는 활동으로 연금사회주의나 연기금을 통한 정치적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전경련에서 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지나친 주주권 행사로 위헌적 연금 사회주의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바른사회는 “연금이 국민의 노후 수익보다 재벌 개혁 수단이 돼 버렸다”며 “본연의 목적인 수익성 보다 정치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가 공적연금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 최고 의결 기구인 기금운용위 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는 국민연금 정치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독립성 낮은 국민연금의 부당한 경영간섭은 주주 이익과 상충 될 우려가 있다”며 “이럴 경우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ISD소송을 당해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법 제102조 2항에서 연금은 최대 수익을 획득하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가치를 위해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경영) 개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5년이면 연금이 주식시장 시총 9%를 가질 전망인데 정부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라고 비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연금이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제126조를 위반하는 위헌행위”라며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간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나 공유로 이전하거나 경영을 통제 관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수탁자 전문 책임위원회 위원 14명 중 9명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 추천이나 노동계 인사”라며 “주주권 행사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결정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스튜어드십코드 외에도 최대주주의 사익추구를 막는 형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의 다양한 수단이 이미 있다”며 “미국처럼 차등 의결권을 통해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안정적 고용과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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