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9개월 만에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를 되찾았다. 수년간의 실적 부진과 지난해 말 잇단 신용등급 강등 이후 슬금슬금 오른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신형 쏘나타 등 ‘신차 효과’와 실적 개선이 현대차 주가를 밀어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나마 내비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4.94%(6,000원) 상승한 12만7,500원으로 마감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2월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과 함께 시총 3위 자리를 빼앗기고 다시 4월에 반짝 3위를 차지한 후 약 9개월 만이다. 지난해 초까지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주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셀트리온과 현대차의 시총 격차는 한때 10조원에 달했다.
현대차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22일 19조8,283억원(시총 10위)까지 추락한 바 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당시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까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추면서 주가가 휘청였다. 이후 ‘실적 바닥론’이 고개를 들며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시총은 27조2,427억원까지 회복됐다. 주당 9만2,800원(지난해 11월 22일 종가 기준)에서 12만7,500원까지 약 37.4% 반등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신차 출시와 이에 따른 실적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팰리세이드가 올 2·4분기에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된다. 3월에는 신형 쏘나타가 한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출시된다. 6월에는 새로운 소형 SUV, 3·4분기에는 제네시스 G80, 연말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도 시장을 두드릴 예정이다. 중국은 시장 수요 자체가 줄어 당분간 부진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현지 전략차종인 ix25, 쏘나타와 중형 SUV의 투입으로 판매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팰리세이드, 신형 쏘나타, 제네시스 시리즈 등이 미국시장에 안착하면서 올 하반기가 의미 있는 개선 시점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까지 현대차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분기별 일회성 손실에 대한 우려도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7조2,744억원, 2조7,944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0.9% 성장하는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38.9%나 줄어든 수치다. 이어 올해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0조7,950억원과 3조8,973억원까지 회복되고 내년에는 103조9,019억원, 4조3,782억원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총 3위의 위상을 굳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차 시총은 지난 2012년 한때 60조원에 육박했고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옮겨오기 전까지도 SK하이닉스와 코스피 시총 2·3위를 다퉜다. 하지만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26조7,307억원, 셀트리온은 26조321억원으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실적 개선이 예견되는데다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몸값도 가벼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