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누구를 위한 '전경련 패싱'인가

양철민 산업부 기자


“청와대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패싱’ 행보가 기업 경영에 주는 부담이 상당합니다.”

한 재계 인사의 푸념이다. 실제 전경련은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개최한 신년회는 물론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주최한 주요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 주요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기업들이 전경련 패싱 행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청와대가 기업들에 보내는 무언의 신호로 느끼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재벌 기업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어쩔 수 없이 미르재단에 기부금을 냈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대하는 현 정부의 시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필요하지도 않은 인력을 채용하거나 불필요한 곳에 과잉 투자를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전경련 패싱이 계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해외 활동 보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경련은 지난해 2월 미국에 민간 대표단을 파견해 통상마찰 문제를 논의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한미일 경제계 전략회의’를 개최해 대북 투자 공조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 한일 관계 개선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대응 등 전경련이 할 수 있는 일은 향후에도 많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31개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경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전경련 패싱 명분에 대해 나름 할 말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재단 모금을 주도한 이른바 ‘적폐세력’이며 참여연대와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현 정권이 재벌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과 친밀히 지내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 이미 연간 세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재정 카드가 넉넉한 상황에서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전경련에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의 전경련 패싱이 계속될수록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약해지고 기업들의 정부 눈치 보기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전경련의 힘이 약해지고 기업 경영계획에 대한 정부 간섭이 심해질수록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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