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신(新) 치킨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선두기업들이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제투자에 나서며 후발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게 하고 있다. 특히 과감한 설비투자와 초미세공정 기술은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꺾고 있다. 선두업체의 견제와 미중 무역전쟁의 폭탄을 맞은 중국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는 D램 양산 계획을 포기했다. 신 반도체 치킨게임은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지난 2000년대 후반 나타난 반도체 치킨게임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을 버티지 못한 대만·일본·독일 반도체 업체들이 도태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를 굳혔다. 하지만 신치킨게임은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선두 업체들이 초격차 전략으로 후발 주자들을 주저 앉히고 있다.
16일 반도체 업계는 전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투자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투자축소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반도체 경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우려에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답해 ‘초격차’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반도체 투자, 공장 증설 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며 “반도체 경기 및 투자 상황을 잘 챙기라”고 지시했다.
반도체 위기에도 초격차 전략을 위해 삼성전자는 3년 동안 반도체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에 180조원를 투자한다. 특히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은 물론 초미세공정인 7나노 EUV 공정에도 가속을 붙이고 있다. 중국 내 시안 반도체 공장의 2라인도 이르면 오는 6월 가동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도 M16 준공과 함께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중국 우시 공장에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초미세공정의 전 단계 공정이 가능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도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