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복잡한 심장기형 환자의 심장을 빼닮은 모형을 3차원(3D) 프린팅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 수술 계획의 정확도를 높이고 수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 3D 프린팅을 활용한 의료기술로는 처음으로 최근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16일 울산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윤태진 소아심장외과 교수팀은 기형 심장과 크기·구조가 같고 심실·심방·판막·동맥·정맥 등을 소재·색깔을 달리해 3D 프링팅한 ‘환자맞춤형 심장 모델’을 수술 시뮬레이션에 활용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런 방법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어린이병원에서 개발해 2013년부터 활용해 왔다. 윤 교수는 캐나다에 의뢰한 3D 모형 제작·배송에 1개월 이상이 걸리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양동현(영상의학과)·김남국(융합의학과)와 협업을 시작했다.
윤태진(소아심장외과)·양동현(영상의학과)·김남국(융합의학과) 교수
3D 프린팅 기술은 김 교수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자료 등을 활용해 심실·심방·판막·혈관 등으로 구획화한 모형 설계는 양 교수가 맡았다. 평면적인 CT 영상 등을 합성해 입체적인 설계를 하되 심실·심방·판막·동맥·정맥 등을 구분해 색깔을 달리 하고 심방·혈관 등은 굳은 재질로, 질환 부위를 파악하고 수술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심실 등은 투명하고 소프트한 재질로 프린팅하는 식이다. 병원 내에서 모든 작업이 가능해지자 이틀만에 3D 소아 심장기형 모형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선천성 심장기형은 두 가지 이상의 심장질환이 중복돼 있거나 신생아 주먹 크기의 매우 작은 심장으로 인해 수술 전 CT 영상 등을 보고 예상했던 구조와 다른 경우가 많아 수술이 매우 어려웠다.
윤 교수팀은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심장기형 환자 37명의 3D 모형을 제작해 수술했다. 다양한 3D 모형으로 심장의 어느 부분에 기형이 있는지, 어떤 수술을 하게 될 지를 확인한 뒤 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 도중 계획이 변경되지 않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양심실 교정이 어려워 단심실 교정수술을 예상했던 복잡 심장기형 환자 가운데 일부는 3D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양심실 교정치료가 가능했다. 수술 결과도 우수해 최근 미국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보고하는 등 의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윤 교수는 “3D 프린팅 심장기형 수술 시뮬레이션의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복잡한 심장기형을 가진 소아 환자들에게 폭넓게 활용돼 우수한 수술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들의 수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의료기술은 외과와 영상의학과, 융합의학과가 완벽하게 협업해 이룬 성과”라며 “앞으로 다양한 소아 심장기형 분류별 표준 모델을 확립해 설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