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실시된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직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정부 불신임에 대한 의회의 뜻을 묻겠다며 정부 신임이 확인되면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시킨 다음 날인 16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에 대해 “굴욕당했다”, “박살이 났다” 등의 문구가 영국 주요 일간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영국 일간지들은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이 전날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뒤 메이 총리의 권력 장악력이 약화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영국 전체 신문을 통틀어 발행 부수 1위인 대중지 더선은 메이 총리의 기록적인 브렉시트 패배가 조기총선 가능성을 높였다면서 브렉시트와 관련한 메이 총리의 전략은 절대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행 부수 2위의 신문인 대중지 데일리 메일은 부결이 “브렉시트 절차를 대혼란에 빠트리는, 충격적인 결과”라면서 메이의 권력이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가 굴욕을 당했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신문들도 있었다. 일간 데일리 미러 타블로이드가 ”메이, 230표 차로 굴욕당하다“라고 쓴 가운데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하원이 압도적으로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노동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한 건 총리의 굴욕“이라고 논했다. 이 신문의 의회 담당 기자는 메이 총리가 ”역사적인 일(브렉시트)을 예상치도 못하게 용두사미로 끝내 버렸다“고 표현했다.
합의안 부결 뒤 혼란에 빠진 영국 정국에 보내는 쓴소리도 나왔다. 일간 더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매슈 파리스는 메이 총리를 비롯한 영국 내각과 야당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좀비’라고 칭하며 중진 하원의원들이 브렉시트 절차를 이어받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국 하원의원 634명은 15일 오후 의사당에서 정부가 EU와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내용)’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이 230표 차로 부결되면서 영국 의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했다. 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이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표결이 16일 오후 7시에 예정되는 등 영국 사회가 새로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 이후 상황은 일제히 예측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