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의 사업시행사(SPC)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하 메트로9호선)에 운영위탁사인 서울9호선운영(이하 9호선운영)과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운영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말 그대로 ‘강경 대응’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운영 수수료 협상은 메트로9호선과 9호선운영 사이의 문제”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프랑계 회사인 9호선운영의 방만한 경영이 수면 위로 드러난데다 다단계 하청 구조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비판을 수렴해 서울시가 ‘직접 개입’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6일 출입기자단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9호선은 외국 기업들과의 운영 계약 등 여러 계약들이 엮여 있다”며 “노동조합 입장에서 볼 때 서울교통공사와 처우 차이도 있고 (다단계 구조가) 통합되면 그만큼 경제적 효율성도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지금 계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직접 9호선 1단계 구간의 ‘공영화’를 언급한 것이다.
메트로9호선과 9호선운영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의 운영 위탁 계약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는 다단계 하청구조로 운영된다. 한화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 등 국내 자본으로 구성된 메트로9호선이 시행사를 맡고 80%가 프랑스 자본으로 구성된 9호선운영이 관리·운영을 담당한다. 서울시는 시행사인 메트로9호선에 재정보조금을 넣고 메트로9호선은 서울9호선운영에 관리운영위탁수수료를 제공한다. 2017년 기준으로 재정보조금과 수수료는 각각 380억원, 741억원이다.
메트로9호선은 9호선운영의 방만한 경영을 문제 삼아 매출 대비 5.7%인 수익률을 3%로 낮추고 분기마다 경영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호선운영은 대표이사 자녀를 위해 국제학교 등록금을 연간 3,000만원씩 복리후생비로 처리했으며 프랑스인 임원 2명에게 각각 연간 약 7,000만원을 지급한 아파트 임대료도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추승우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서초4)에 따르면 이 외에도 프랑스 모기업에 지난해 송금한 경영자문수수료와 이행보증수수료는 각각 7억4,900만원과 5억1,300만원에 달한다.
노조는 9호선운영의 지나친 이윤 추구로 인해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파업으로 9호선 노사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총 25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지만 현재 채용 인원은 20명에 그쳤고 그나마 5명은 보안인력의 근무를 조정해 역사 근로자를 충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9호선운영은 수익률 인하에는 공감대를 나타냈지만 분기별 경영자료 제출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9호선운영 측은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피력했다.
운영사의 경영과 관계없이 다단계 하청구조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9호선 1단계의 사업구조는 주무관청인 서울시→사업시행사 SPC→위탁운영사 9호선운영→유지·보수사 메인트란스→청소 등 기타 하청의 복잡한 다단계 방식이다. SPC에서 9호선운영, 메인트란스 등으로 수수료를 지급할 때마다 부가가치세(VAT)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다단계 구조를 단순화하면 지출되지 않을 세금이 계속 흘러나가는 것이다. 노조는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면 매년 12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이 실제 9호선운영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시행사가 직접 운영할 경우 우려했던 파업 사태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범 9호선운영 노조위원장은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서 환영한다”며 “고용승계 등 노조의 요구가 승인된다면 파업은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