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운 재정비 등 을지로 도시재생·재개발 사업에 대해 16일 “재검토해 대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와 공구상가 등 서울의 전통이 담긴 점포와 거리가 헐린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을지로·청계천) 공구상가 상인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도록 지시해 지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청계천 공구상가 거리는 세운 재정비 촉진 지구의 일환으로 현재 철거 작업에 들어가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평양냉면 가게인 을지면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양미옥 등 서울 시민들에게 유명한 노포도 철거 대상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세운상가만 내버려두고 주변 지역은 싹 밀어버리는 재개발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에는 도심산업이 곳곳에 있어 없앤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도심산업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운 재정비로 일대가 피맛골처럼 역사만 있지 겉모습은 다 잃어버린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도 박 시장은 “동의한다”며 “가능하면 (거리의 전통이) 보존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보류된 여의도·용산 개발에 대해 “보류 조치는 변함이 없다”면서 “대신 서울시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부동산 가격이 완전히 안정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효용성 논란에 부딪힌 제로페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제로페이와 더불어 공공결제 시민카드와도 연결해보라고 지시했는데 이렇게 되면 (제로페이를) 쓰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게 처음에는 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 수 있지만 한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금방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