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폭탄에 석달새 50곳 폐업...'제화 메카' 성수동의 눈물

최저임금·파업으로 생산 차질
"임금 더 오르면 문 닫을 수밖에"


“(쉬고 있는) 이 사람들 다 제화공이에요. 그런데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할 일이 없어 앉아서 TV 보고, 커피를 마시는 거예요.”

국내 신발공장의 70% 이상이 모여 있는 ‘제화 메카’ 성수동도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제화 공임이 15~20% 인상됐지만 생산불안과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주문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수익이 악화돼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성수동에서만도 크고 작은 완제 업체 50곳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탠디·미소페·소다 등 대형 제화업체들이 국내 생산량을 크게 줄이고 해외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에 소속된 제화공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지난해 초부터 여름까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비정기 파업을 벌인 것도 생산불안을 부채질했다.

국내 유명 구두 브랜드로부터 일감을 받아 10년 넘게 일해온 완제 업체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문을 닫은 뒤, 해당 업체의 재하청 업체뿐 아니라 다른 대형 구두 브랜드 하청공장들도 폐업하거나 폐업을 위해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동남아로 이전하는 업체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의 ‘2017년 성수동 제화 업체 현황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성수동에는 총 382개 제화 관련 회사가 있었다. 그 중 271개사는 브랜드 업체 및 공장이고 나머지 98개사는 원부자재 업체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제화 공임 추가 인상 가능성과 퇴직금, 4대 보험 보장 등 기존에는 인건비에 포함되지 않았던 항목이 추가될 수 있어 제화 업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대형 패션업체의 한 완제 업체 대표는 “제화공들이 월 300만~500만원씩 가져가는데 우리 부부 둘이 합쳐 400만원을 버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면 폐업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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