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교수들의 잇따른 표절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서울대가 표절 문제 처리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17일 서울대에 따르면 배철현 종교학과 전 교수는 이달 초 대학 측에 사표를 제출해 9일 수리 완료됐다. 그간 대중 강연, 방송 출연,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스타 인문학자’로 유명세를 떨쳤던 배 전 교수는 이미 사표 제출 당시 표절 논란에 휘말린 상태였다.

하지만 서울대는 표절 검증이나 징계 절차 없이 배 전 교수의 사직을 승인해 별다른 징계 없이 학교를 떠나게 되면서, 배 전 교수는 퇴직금 수령 등 서울대 전 교수로서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는 표절 등 교내 연구 부정을 조사하고 판정하는 교내 독립기관으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배 교수의 표절 논란 중에도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그의 논문들을 검증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성철 서울대 연구처장은 “배철현 교수 관련해서 아직은 정식으로 제보가 접수된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독성 연구보고서 조작’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제보 없이도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연 사례가 있다. 김 처장은 “당시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경우에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등 공익성이 커 총장 직권 조사를 했지만, 이번 배철현 교수 문제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미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논문·단행본이 무더기로 표절 판정을 받았는데도 아직 별다른 징계에 진전이 없는 사례도 있다. 작년 9월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서울대 국어국문과 박모 교수의 논문 11편과 단행본 1권에 대해 “연구 진실성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중한 연구 부정행위 및 연구 부적절 행위”라고 판정했지만, 대학 측은 4개월이 지난 이날까지도 박 교수에 대한 징계 문제를 결론짓지 못했다. 앞서 박 교수는 표절 논란이 제기되자 국문과 동료 교수들로부터 사직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대학 내에서는 총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징계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는 제27대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으나, 논문 표절·성희롱 의혹이 제기돼 스스로 후보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제26대 성낙인 총장이 사퇴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는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를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박 교수) 징계 관련 사항은 개인의 명예와 직결되기 때문에 답변해드리기 어렵다”며 “조만간 징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변문우 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