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2주년을 맞으며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세계 무대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무한 독주로 정치·경제·외교 전반에서 국제질서를 흔들었다. 가장 핫한 국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집권 임기 후반에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my way)’식 정치 행보는 오는 2021년 재집권을 겨냥해 한층 강화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나 무역전쟁 우려를 자극해 지구촌에 ‘트럼프 리스크’가 상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내 발표될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사를 가르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미국 내에서는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28일째를 맞고 있지만 향후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둘러싼 백악관과 민주당 간 일대 격전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2주년은 그의 집권 후 일어난 ‘혼란’을 웅변하듯 셧다운 사태 30일 속에 맞게 될 확률이 짙다. 이민으로 건국된 미국에서 반(反)이민정책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둬온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마주한 남부 국경에 장벽을 건설할 예산이 확보되지 않자 지난해 12월22일 셧다운을 감행했다. 그는 범죄와 가난을 피해 고국을 등진 수천명의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이 몰려오자 군 병력까지 국경에 투입한 바 있다. 한 달을 눈앞에 둔 셧다운 사태는 연초 하원을 점령한 민주당과 정치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구상과 대립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는 당초 예정했던 다보스포럼 참석도 전면 취소하는 카드를 내걸고 민주당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자신의 대표 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에 매진하는 동시에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중단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단상 앞에는 ‘정부를 열라’고 적힌 푯말이 붙어 있고, 슈머 원내대표 뒤쪽으로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셧다운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국민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를 놓고 2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러시아 스캔들’에 칼을 갈아온 로버트 뮬러 특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방어막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는 트럼프 정부 후반기를 좌우할 중대 고비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저명한 법학자인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범죄 혐의로 기소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특검이 수사 내용들을 국민 앞에 펼쳐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에게 파괴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뮬러 특검이 트럼프 선거 캠프의 주요 인사들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까지 포섭해 러시아와 내통한 정황이나 증거들을 최대한 확보해가고 있어 수사 결과가 공개되면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민주당이 하원에서 특검 관련 증인 소환이나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반(反)트럼프’ 몰이를 향한 집중 포화를 예고해 백악관과 의회 간 공방전이 올해 특검의 수사 발표를 전후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도 냉온탕을 오가며 기존 질서들을 한층 거세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미국 증시 급락과 경기 호조세 둔화 우려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잇따라 긍정적 신호들을 보내고 있지만 데드라인인 다음달 말까지 협상이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상원에서 통상을 총괄하는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은 지난 1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찾아와 지난주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구조적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뿐 아니라 올해 유럽연합(EU)·일본과도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무기로 일방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요구들을 관철하려 할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다만 지난 2년간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나 인상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쳤다”는 비난을 수차례 받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는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분위기여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 대립각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사·외교정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힘을 앞세우면서도 지난해 말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격 철수를 결정한 것처럼 ‘개입주의’ 축소에 방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방문해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대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듯 한국과 일본 등에도 방위비 분담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적잖은 진통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를 견제할 내부 장치가 없다는 점도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정책 결정을 견제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소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 지난해 말 일제히 빠져나가 ‘트럼프 리스크’는 집권 후반기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집권 3년차 주요 정책들을 설명하면서 재집권 기반을 닦기 위한 전략과 메시지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발표를 연기하라며 제동을 걸고 있어 반환점을 둔 첫걸음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