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일행이 취재진을 피해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 쪽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킬리 앳우드 CNN 기자 트위터 캡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해 17일(현지시간) 미국 심장부인 워싱턴DC에 도착한 가운데, 이날 미국 정부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국가 중 첫 번째로 북한을 지목하며 새 미사일 방어 전략을 내놓았다. ‘북한 2인자’ 방미에 맞춰 미사일 위협을 노골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우회적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기선제압을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새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MDR)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MDR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에 나온 것이다. MDR 중 ‘미국 본토에 대한 현재 그리고 새 미사일 위협’이라는 장에서 북한의 이동식발사대 사진을 싣고 북한을 이란·러시아·중국보다 앞선 위협국가 첫 번째로 다루며 “북한의 미사일은 특별한(extraordinary) 위협”이라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MDR 발표 행사에 참석해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모두 파괴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김영철 방미 일정과 겹치면서 이 같은 대통령의 언급이 북한을 향한 압박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및 해외 반출 문제가 이번 북미 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워싱턴에 도착, 백악관에서 약 1.6㎞ 떨어진 듀폰서클 호텔에 여장을 푼 김영철 부위원장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고위급회담에 이어 백악관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고위급회담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은 2박 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뒤 19일 베이징을 경유하는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19일 오후 3시 35분 워싱턴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에어차이나 항공편을 예약한 상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