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서울경제DB
대구은행이 김태오(사진) DGB금융그룹 회장의 행장 겸직 시도에 결국 굴복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수차례 회장·행장 겸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가 막판 겸직을 고집하면서 “신뢰를 져버렸다”는 대구은행과 지역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오후 김 회장의 행장 겸직 여부를 논의한 끝에 김 회장을 행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했다. 은행 이사회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주주총회를 열어 은행장 선임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초 임추위는 지난 1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구은행 반발을 의식해 이날로 연기되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은행 임추위가 김 회장의 행장 겸직을 사실상 수용한 것은 10개월간의 행장 공백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면 내부 동요는 물론 고객 이탈이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 비리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구은행장 자리는 10개월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임추위가 한 차례 연기되면서 김 회장이 임추위와 대구은행 임원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설득작업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대구은행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성과급 인상이나 내부 핵심성과지표(KPI) 완화 등의 유화책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조직 영업력이 느슨해지고 고객들이 지불해온 이자수익을 갖고 임직원들이 조금 더 나눠 갖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대구은행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지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대구은행부패청산 대구시민대책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겸임 기간에 후임을 준비한다고 해도 대구은행 내부 인사 가운데 지금도 없는 은행장 적격자가 1~2년 후라고 생길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며 김 회장의 장기 연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판했던 셀프 겸직을 김 회장이 정면으로 저버렸다는 논란을 자초한 것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