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증시는 지속적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공모주·채권형 펀드 같이 장세와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품들이 적절한 투자 수단으로 떠오른다. 노후를 대비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문형 랩 상품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모주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차별화된 투자기회를 노릴 수 있다. 전체 자산 대부분을 우량채권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확보하고, 나머지 일부를 선별적으로 공모주나 스팩(SPAC) 등에 투자해 추가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공모주펀드는 하락장 영향으로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교보생명을 비롯해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다시 기업공개(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최근 실적은 나쁘지 않다. 국내주식형 펀드가 지난 3개월간 -1.77% 손해를 낼 동안 공모주펀드는 평균 0.17% 수익을 냈다. 펀드별로 보면 ‘마이다스단기국공채공모주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Ae’이 2.36%를 기록해 가장 수익률이 좋았고,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ClassAe’가 1.81%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설정액도 각각 40억원, 56억원 유입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올해 다시 도전장을 내며 시장을 달굴 것이란 기대가 공모주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를 바꿨다는 평가다.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공모금액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전년 8조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는 공모시장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올해 상장이 기대되는 대어급으로는 교보생명, 현대오일뱅크, 바디프랜드, 카카오게임즈 등이 꼽힌다.
채권형 펀드도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채권형 펀드는 누가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국채나 공채에 투자하는 펀드는 ‘국공채펀드’,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회사채펀드’, 신용도가 낮은 회사의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등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23조7,577억원을 기록했다. 전일 하루에만 962억원, 1주일 동안은 3,935억원이 유입됐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기 시작한 지난 6개월 전부터는 약 3조원이 흘러들어왔다.
채권형 펀드의 최대 강점은 안전성이다. 주식형 펀드 대비 변동성이 작아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올릴 순 없지만 꾸준한 이익을 내는 것은 가능하다. 지난 1년간 전체 주식형 펀드가 평균 -19.18% 손해를 본 반면 국내채권형 펀드는 같은 기간 2.86%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공채권 펀드가 3.93%, 회사채권 펀드가 3.48%로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대비 상당히 안정적인 이익을 냈다.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노후를 대비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려면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적당하다.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타깃데이트)’으로 삼아 해당 시점에 자산 가치가 최대한 불어날 수 있도록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최근 상당수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자금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초 7,640억원 수준이었던 TDF 시장 규모는 올해 1월 14일 현재 2조6,121억원으로 약 242% 증가했다. 국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금 외의 방법으로 노후 대비 자산을 마련할 필요가 높아졌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TDF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시간 리밸런싱을 통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변동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자문형 랩도 적절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나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되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예컨대 하이투자증권이 판매 중인 ‘하이-스퀘어투자자문 랩’은 출시 이후 코스피 지수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펀드평가기관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스퀘어투자자문 자체 일임상품의 최근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6.3%, 40.80%로 벤치마크 대비 12.97%, 31.82%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했다. 호재와 악재가 반복되는 주식시장에서 실적에 집중해 종목을 엄선, 단기적인 노이즈에 흔들리지 않고 추가매수 시기를 포착해 점진적인 비중확대를 실시한 전략이 주효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우려가 여전하며 국내 증시는 상반기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섣불리 시장을 떠나기보다는 공모주 펀드나 채권형 펀드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강조된 상품들을 통해 투자하며 하반기 시장 반등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