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유연석)이 이수(한효주)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여주인공 이수를 연기한 한효주가 활짝 웃고 있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년)’는 배우 한효주의 매력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여느 멜로 드라마와 다를 바 없지만,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자고 일어날 때마다 달라진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뷰티 인사이드’에서 남자 주인공인 우진을 연기하는 배우는 꽤 많은 비중을 가진 경우로 한정해도 21명, 스쳐 지나가는 단역까지 포함하면 무려 123명이나 된다. 가구 판매점 직원인 이수 역할을 맡은 한효주는 이런 설정 덕분에 마치 축구팀의 확고부동한 ‘원 톱’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홀로 책임진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을 바라보는 이수의 모습. /출처=네이버 영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발로(Valor)’는 영화에서 이수의 일터로 나온 가구점을 촬영 스튜디오로 꾸민 곳이다. ‘얼굴 없는 남자’인 우진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인데 시장조사를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이수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사거리에 두 건물이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서 있는데 하나는 촬영 스튜디오(발로 1호점), 다른 하나는 카페(발로 2호점)다. 먼저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받은 영수증을 들고 건너편 건물로 가면 무료로 스튜디오에 입장할 수 있다. 다만 휴대폰이 아니라 DSLR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음료 영수증 대신 1만원을 내고 별도의 패스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발로는 우리말로 ‘가치’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영화의 배경이 된 1호점 내부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고, 햇살 아래 눈부신 미소를 발산하던 한효주를 떠올리며 사진을 찍는 무리도 여럿 보인다. 촬영 스튜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넓게 트인 공간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은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영화에서 혼자 사는 삶에 익숙했던 우진은 이번만큼은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대신 용기 내고 고백하는 쪽을 택한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이수가 우진의 진심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여느 연인과 마찬가지로 환희와 눈물이 공존하는 사랑을 시작한다. 실제 영화 촬영은 1호점에서만 진행됐지만, 카페로 꾸민 2호점도 ‘뷰티 인사이드’가 그린 애틋한 연애를 추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다. 카페 벽면에 걸린 배우들의 사진은 영화를 아끼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계산대 옆에 자리한 가구 전시공간은 마치 바다 건너 여행을 온 듯 이국적인 향기를 내뿜는다. 깊고 은은한 커피와 부드러운 케이크도 먼 걸음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다. 두 건물에 전시된 가구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 판매도 하고 있으며 촬영 스튜디오는 오후9시까지, 카페는 오후9시30분까지 운영한다. 개장 시간은 두 곳 모두 오전10시이며 매주 일요일은 쉰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이수와 우진. /출처=네이버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수와 우진은 한 차례 헤어진다. “매일 남자 바꿔가며 연애한다더라”는 소문에 지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다잡느라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하는 이수를 우진은 억지로 떠나보낸다. 이별 후 10개월, 붙박이장처럼 늘 같은 자리를 지키던 우진의 부재를 견디는 동안 이수는 깨닫는다. 매일 다른 모습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얼굴이 달라져도 다 같은 우진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수는 곧장 우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마침내 두 사람은 영원을 서약한다. 영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두 사람의 앞날에는 분명 커다란 고충이 뒤따를 것이다. 당장 부모를 설득해야 하고 이 믿기 힘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현실에서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자리를 오래도록 한 번 응시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면 아마 그이의 겉모습도 어제보다는 좀 더 멋지고 예뻐 보일지 모른다. /글·사진(인천)=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스튜디오 발로’를 찾은 방문객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카페 발로’를 찾은 방문객들이 가구 전시공간을 구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