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초대석] “韓 기업들, 느린 의사결정 구조 바꿔야 성공 M&A 가능”

주주친화정책 확대는 기업가치 높이는데 긍정적

크리스토퍼 드류리 레이텀앤왓킨스 파트너 변호사/이호재기자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매우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에 잘 적응하고 마케팅 능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미지는 좀 다릅니다. 느린 의사결정 과정 때문에 좋은 딜(Deal)에서 기회를 놓치기도 하죠.”

세계 1위 로펌 레이텀앤왓킨스(Latham & Watkins)에서 M&A를 전문으로 자문하는 크리스토퍼 드류리(사진) 변호사는 20일 서울경제 시그널과 만나 “층층이 쌓여 있는 보고 라인과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는 M&A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빅딜을 잘 따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갈수록 좋은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약점을 개선해야 좋은 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달리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은 중요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무 파트와 법무 파트가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 관계자와 바로 접촉한다. 이를 통해 꼭 필요한 딜이라고 판단되면 속도감 있게 의사 결정을 한다. 드류리 변호사는 “미국의 한 기업은 북미 소재 수천억원짜리 모션콘트롤 기업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사 후 8일 만에 계약서에 사인한 경우도 있었다”며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좀 다르다. 드류리 변호사는 “M&A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고 그 위에 관리자, 또 다른 임원에다 최종 단계에서는 오너의 마음이 바뀌어 딜이 성사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M&A 실무자에 지나친 책임을 지우는 한국식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주요 기업은 하이리스크 딜을 담당하는 팀과 전통 딜을 담당하는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이런 방식은 굿딜을 놓치더라도 부담을 덜어준다. 드류리 변호사는 “부담을 덜고 접근해 좋은 딜을 성공 시키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기조 등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하는 점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 했다. 드류리 변호사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세계적인 기업은 유보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배당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다면 한국 기업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는 자기 돈을 은행에 맡긴 게 아니라 기업에 투자한 것”이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를 원하며 기업도 이에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요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인수 합병에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신기술(new technology) 쪽이다. 드류리 변호사는 “레이텀앤왓킨스처럼 전 세계에 주요 오피스를 두고 있고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자문사가 기업 M&A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도원·박호현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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