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손혜원 의원이 20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0일 탈당을 선언한 것은 자신에 대한 언론의 의혹 제기가 당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확산하는 고리를 끊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탈당 의사를 수용하면서도 홍영표 원내대표가 손 의원의 탈당 회견 동안 옆을 지킴으로써 그에 대한 당의 변함없는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일 손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 대해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맹탕 기자회견’이라며 의원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손 의원은 앞서 언론의 의혹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계에 이르자 최고위원회에 탈당 의사를 수차례 밝혔고,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를 강하게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투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손 의원의 해명을 신뢰하고, 당 차원의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성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최고위원들은 “언론이 탐사보도라는 명분으로 한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는 수준의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는 일부 의견에 공감하며 당이 손 의원을 지켜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손 의원 측이 목포에서 구매한 건물이 추가로 드러나고, 통영 부동산 매입, 국립박물관 인사 압력 등의 의혹이 이어지고 여론의 흐름도 심상찮게 돌아가자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처지가 됐다.
특히 야당들이 손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개인적 친분까지 거론하자 어느 정도 상황을 진정시킬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가 이날 손 의원의 탈당 의사를 수용했다고 해서 그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하고 배척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손 의원의 탈당 회견 동안 옆을 지킴으로써 그에 대한 당의 변함없는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고위에서 손 의원의 해명을 신뢰하기로 결정한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런 입장은 여전하다”며 “손 의원은 끝까지 싸울 것이고, 이후 제대로 된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김순례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고해성사는 아니어도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진솔한 사과를 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고작 ‘탈당’을 한다고 했다”며 “당장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고픈 민주당과, 이 사태를 모면하고자 하는 손 의원 간 모종의 거래로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몰아세웠다.
김 원내대변인은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면 당장은 도망칠 수 있지만, 도마뱀의 꼬리는 다시 자라게 돼 있다”며 “홍영표 원내대표까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을 보니 ‘뒷배’를 단단히 봐주기로 한 모양이지만, 오늘 손 의원의 기자회견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했다고 했지만 한 손에는 ‘적폐청산’을 외치고 다른 한 손에는 ‘적산가옥’이라는 사익을 챙겼다”며 “손 의원은 당장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조건 없이 검찰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