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인천 부평공장 정문 모습. 최근 판매 부진에 따른 생산 물량 감축 조정 논의에 들어갔다. /서울경제DB
지난해 2월 한국GM이 “군산공장을 전격 폐쇄한다”는 발표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한국GM 군산공장은 소형 세단 크루즈의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20% 수준에 불과했다. 공장은 겨우 주 2일가량 돌아갔음에도 직원들은 임금의 80%를 받아갔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결국 5월 한국GM 군산공장은 2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한국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미국 GM 본사와 한국 산업은행에서 71억5,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경영 정상화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판매 부진 등으로 경영은 더 악화해왔다.
연초부터 한국GM이 부평 2공장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를 줄이는 ‘라인운영속도 변경(잡다운·JPH down)’을 추진하는 것도 긴박한 경영사정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경영 정상화에 돌입한 직후 쉐보레는 경차 스파크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6월에는 미국 시장 베스트셀링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를, 11월에는 대표 세단인 말리부의 페이스리프트를 잇따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반등을 모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스파크가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의 35%를, 말리부는 25%를 차지한 만큼 기대가 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한국GM의 브랜드 ‘쉐보레’는 이미지 실추로 30%가량 판매가 줄었다. 같은 기간 스파크 판매량도 전년보다 15.6% 줄어든 3만9,868대에 그쳤다. 기대주였던 말리부는 1만7,052대로 전년 대비 무려 48.8%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쿼녹스는 1,718대로 단종된 크루즈(3,615대)와 올란도(2,171대)보다 낮은 판매를 보였다. 주요 차종의 판매가 줄며 지난해 한국GM의 내수 시장 판매 대수는 9만3,317대로 전년(13만2,377대)에 비해 29.5%나 급감했다.
그나마 한국GM이 버틴 것은 국내 판매량의 2.5배에 달하는 소형 SUV 트랙스의 수출(23만9,800대) 덕분이다. 이마저도 전년에 비해 6.3% 줄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도 한국GM이 조 단위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GM이 생산 물량을 줄이기로 한 부평 2공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평 2공장은 연간 17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말리부는 1만7,052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성적만 감안하면 생산능력의 10% 수준만 가동해도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평공장의 가동률은 30%를 밑돈다. 한 주에 2~3일만 가동하고 있다. 올해 판매가 개선된다고 해도 가동률을 군산공장 폐쇄 직전 수준인 20%까지 조정해야 파국을 면할 수 있다.
이미 생산 현장에서는 ‘부평 2공장이 잡다운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식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부평 2공장이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공포도 적지 않다. 부평 2공장은 생산량 감소에 지난해 7월 주야 2교대를 주간 1교대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생산량마저 줄이게 되는 탓이다. 군산공장도 주간 1교대와 잡다운을 거쳐 폐쇄로 이어졌다. 현재 노사는 부평 2공장의 구체적인 물량 축소와 시기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오는 2월께는 생산 물량을 줄이는 잡다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1교대 전환에 따라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생산 물량마저 축소하면 임금이 더 감소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잡다운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한국GM에서는 생산량 감소에 따라 지난해 말 18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았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 “1교대 전환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잡다운을 얘기하냐”며 “사람을 빼서 잡다운을 하면 대의원 모두 사퇴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단 한국GM은 부평 2공장이 군산공장처럼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하반기 5,000만달러(약 560억원)의 시설투자가 이뤄져 올 하반기부터 부평 1공장의 SUV 트랙스가 2공장에서도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생산은 소비자 수요에 따라 노사 간 협의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반기 1공장에서 신형 SUV의 시범 생산이 시작되면 2공장의 가동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