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002320)그룹 계열사인 ㈜한진에 신용등급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등을 요구했다. 2대 주주로서 주주제안을 한 것. 3월 주주총회에서 각종 요구 사안에 대한 표 대결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한진과 한진그룹의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
㈜한진은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통해 “KCGI가 9일 협상 테이블에서 신용등급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달성, 직원 만족과 사회적 책임 확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진은 “KCGI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장부상 가격이 저평가된 자산을 매각하거나 적자 사업부의 정리 등을 요구했다”며 “KCGI가 제시한 내용을 검토 중이며 현재는 요청 사항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향후 양측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KCGI는 2대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사 지배구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KCGI 산하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한진 지분 8.03%(96만2,133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KCGI는 ㈜한진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 KCGI는 지난해 11월에는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180640) 지분도 9%가량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라섰고 이후 추가로 한진칼 지분 1.81%를 매입한 바 있다.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인 ㈜한진은 비교적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과거 한진해운 청산 당시 각종 자산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간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도 있다. 저평가 된 자산을 매각하라는 것 역시 자산 재평가를 압박, 주가를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KCGI의 요구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향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한진칼에도 같은 요구 조건이 전달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KCGI의 이번 주주제안은 3월 ㈜한진 주주총회의 표 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주주제안이란 주총에 의안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가 주주제안을 거부하면 다음 순서는 표 대결이다. KCGI가 소액 주주들이 반길 만한 제안을 통해 명분을 쌓는 동시에 의결권 결집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KCGI 임원진은 한진칼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대한항공(003490)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시민단체·학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이 요구를 거절하면 KCGI가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의 지지를 토대로 한진칼·한진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