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한 법원 앞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영국을 상대로 한 무장독립투쟁의 역사가 끝나지 않은 북아일랜드에서 폭탄 설치의 배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영국언론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께(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비숍 가(街) 법원 건물 바깥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다. 폭발물이 터지기 5분 전 경찰은 신원 미상자로부터 폭탄을 설치했다는 경고를 받았고, 현장에서 수상한 차량을 발견해 인근 건물 주민들과 호텔 투숙객을 긴급 대피시켰다. 경찰의 긴밀한 대응으로 폭발에 따른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폭발 현장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폭발은 굉음을 내며 인근 건물들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북아일랜드 경찰에 따르면 폭탄이 터진 차량은 이날 저녁 인근에서 무장괴한 2명에게 강탈된 피자 배달 차량으로 확인됐다. 괴한들은 폭탄을 터트리기 전에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 주의 한 비영리단체에 경고 전화를 했고, 이 내용을 접수한 잉글랜드 경찰이 북아일랜드 경찰에게 즉시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하루 뒤인 이날 용의자 2명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이 북아일랜드의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에 반대하는 무장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아일랜드 경찰청의 마크 해밀턴 부청장도 브리핑에서 “용의자들에 대한 심문은 이번 사건이 ‘신 IRA’(아일랜드공화군)가 배후에 있는지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혼란 국면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북아일랜드의 지위를 둘러싸고 다시 긴장이 고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란 속에서 북아일랜드의 과격 민족주의 진영이 여론을 흔들려고 움직임을 개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