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연초부터 수익률을 높인 파생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증시 위축을 우려한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연 수익률이 10%가 넘는 상품까지 출시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키움증권(039490)은 최근 연 수익률 12%짜리 주가연계증권(ELS)을 내놨다. LG생활건강 보통주와 유로스톡스50지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3년 만기에 6개월마다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세전 연 12%의 수익률로 조기 또는 만기 상환되는 상품이다.
NH투자증권(005940)도 최고 연 9.2%짜리 수익률의 ELS를 연초 선보였다. 미래에셋대우(006800)도 만기 3년짜리 ELS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9% 수익률로 조기 또는 만기 상환되도록 설계해 출시했다.
증권사에서 연초부터 고수익 ELS를 내놓는 것은 투자자들이 증시 악화를 우려해 직접 투자보다는 파생상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려는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지난해 4·4분기 이후 글로벌 주요 증시가 크게 하락해 ELS의 손실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호재가 됐다. 이제는 연 7~8%대 수익률도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위탁매매(BK) 수수료 수입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파생상품 판매로 수익을 거두려는 증권사 자산관리(WM) 사업부의 상품 출시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팡’(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대형 IT 기업에 투자하는 ‘코덱스(KODEX) 미국FANG플러스(H)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NH투자증권은 연 5.0%의 수익률을 제시한 적립식 발행어음을 특별 판매했다.
지난해 말 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이율이 올라가는 은행권과의 경쟁 양상이기도 하다. 한 대형 증권사의 WM사업부 관계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으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당분간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