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EU, 위대한 발상 빗나간 예측

美와 함께 세계 중심축인 EU
이민 급증·유로화 결함에 위기
다극화 시대에 서구 연합하고
기본원칙 돌아가 문제 풀어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관련해 영국이 겪고 있는 광란을 지켜보노라면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은 향후 수년간 영국인들을 빈곤하게 만들 어리석은 행동이자 자해 행위라는 견해에 쉽사리 도달하게 된다. 실제로 유럽은 영국 전체 수출량의 절반가량을 소화하는 영국의 최대 시장이다.

이처럼 특별한 시장접근권을 상실하는 것은 주권의 상징적 강화에 대한 대가치고는 과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브렉시트 대란은 유럽 자체에 빛을 비추면서 최소한 서구 유럽 핵심부에 위치한 인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말하는 하나의 대륙이자 작동을 멈춘 하나의 정치적 프로젝트인 유럽의 실상을 보여준다.

나는 EU의 열렬한 지지자 입장에서 말하고자 한다.

미국과 EU는 열린 시장과 민주적 정치, 자유와 법, 인권과 글로벌 공영에 기초해 세계를 이끌어온 두 개의 주된 엔진이다.

이런 가치들은 이들 두 개의 센터 가운데 어느 한쪽의 힘과 목적이 기울 경우 전 세계에 걸쳐 약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30년 동안 유럽 프로젝트는 제 코스에서 벗어나 방황했다.

시장을 키우고 효율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국가공동체로 출범했던 EU는 그동안 일궈낸 가장 중요한 업적을 잠식하는 두 개의 거대한 이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첫 번째는 소련 붕괴의 여파로 EU의 오리지널 회원국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개발이 훨씬 미진한 새로운 국가들의 급격한 EU 편입이다. 지난 1993년 이후 EU 회원국 수는 12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어났다.

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간소화하며 새로운 성장기회를 만든다는 취지하에 출범한 EU는 얼마 되지 않아 번영하는 국가들로부터 신흥 시장으로 자금을 재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트랜스퍼 유니언’으로 전락했다.


오늘날의 건실한 경제 환경에서도 EU의 지출은 헝가리 경제의 3% 이상, 리투아니아 경제의 거의 4% 정도를 차지한다.

국경이 개방된 유럽의 부국과 빈국 사이의 갭은 불가피하게 이민 위기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마티아스 마티스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서 지적했듯 2004년부터 2014년에 이르는 10년 사이 200만명의 폴란드인이 영국과 독일로 이주했고 약 200만명의 루마니아인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 같은 집단이주는 이주 대상국들의 사회적 안전망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고 민족주의와 토착주의의 발흥을 초래했다.

2015년 거의 대부분의 중동 지역에서 유럽으로의 100만명에 달하는 난민 유입은 이미 EU 내 빈국에서 부국으로 엄청난 숫자의 이민자들이 이동한 맥락 안에 위치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에서 오스트리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듯 이민에 대한 공포는 우파 민족주의자들에게 제공된 로켓 연료나 마찬가지였고 이들은 방치된 이민자 유입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체제에 불신을 드러냈다.

EU를 집어삼킨 두 번째 도전은 자체 통화인 유로화였다. 경제보다 정치를 염두에 두고 유통되기 시작한 유로화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유로화는 크게 다른 재정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19개국에 통일된 금융 시스템을 강요한다. 따라서 불경기가 닥쳐도 회원국들은 통화가치를 낮출 수 없으며 (미국의 주 정부가 워싱턴으로부터 받는 것과 같은) 막대한 추가 재원을 브뤼셀로부터 지원받을 수도 없다.

2008년 이후 명백히 드러났듯 그에 따른 결과는 경기 침체와 정치적 반발이다.

브렉시트는 영국인들로 하여금 세계에서 그들이 서 있는 위치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 번영을 구가할 수 있도록 적응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는 전체 유럽인들로 하여금 위대한 아이디어지만 빗나가 버린 그들의 프로젝트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EU는 단순한 땜질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먼저 출범 당시의 기본원칙으로 돌아가야 하고 중심 목적을 재발견해야 하며 현재 시스템의 어떤 측면이 더 이상 작동하고 있지 않은지, 수리를 감당할 재정 여력은 있는지, 향후 관리는 가능한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번주 나와 가진 CNN 인터뷰에서 토니 블레어는 “영국은 (브렉시트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만 유럽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럽은 지금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 미국인들은 이런 전망에 즐거워하지만 유럽의 약화는 미국에 해롭다.

블레어는 “이번 세기 중반에 이르면 우리는 다극화된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은 이어진다.

“다극화된 환경에서 서구는 연합해야 하고 유럽은 미국과 나란히 서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우리는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법치의 가치를 믿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세기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자녀들과 손자들은 과연 이 세계에서 그들이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힘들여 알아내야 하고 서구는 더욱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에게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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