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담배 반 갑~한 갑 이하를 피우는 40세 이상 연령층이라면 대동맥의 석회화(동맥경화)가 진행 중일 위험이 과거·현재 비흡연자보다 3.4~3.7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루 한두 갑 피우던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이유로 흡연량을 반 이하로 줄이더라도 협심증·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동맥경화를 늦추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종성·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건강증진센터에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받은 40~81세 남성 중 협심증·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218명(40∼81세)의 흡연 여부와 CT로 확인된 대동맥의 석회화 정도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온몸에 혈액을 전하는 동맥에 칼슘이 침착돼 딱딱하고 두껍고 탄력이 없어지는 석회화가 진행되면 혈액 흐름이 원할하지 못해 혈전이 잘 생긴다. 수축기 고혈압과 심장근육 비대도 유발한다. 동맥경화인데 대동맥,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뇌동맥 등을 가리지 않고 진행돼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처음 지나는 큰 혈관으로 아치형 손잡이가 있는 지팡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대동맥의 50% 안팎에서 경미한 석회화가 드문드문 진행되거나 중등도 석회화가 군데군데 진행(동맥경화 2~3단계)됐다면 ‘무증상 동맥경화’ 또는 ‘무증상 심혈관질환’ 단계로 볼 수 있다. 더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22일 연구팀에 따르면 대동맥의 석회화가 진행된 사람의 비율은 △과거·현재 비흡연자 22%, 과거흡연자 44%, 현재흡연자 53% △흡연기간 20년 미만 26%, 20년 이상 66% △일일 흡연량 반 갑(10개비) 미만 37%, 반 갑~한 갑 54%, 한 갑 초과 60% △평생 흡연량 10~20갑년 39%, 20갑년 초과 69.5%였다. 10갑년은 5년간 하루 두 갑, 10년간 하루 한 갑, 20년간 하루 반 갑을 피운 흡연량이다.
대동맥 석회화에 영향을 미치는 나이, 주당 운동횟수, 허리둘레,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의 변수를 보정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현재흡연자, 흡연기간 20년 이상, 평생 흡연량 20갑년 초과, 일일 흡연량 한 갑 초과자의 동맥경화 위험도는 과거·현재 비흡연자의 5.05~6.1배나 됐다. 과거흡연자는 2.1배 △10년 미만, 10년 이상∼20년 미만 흡연자는 1.8배, 1.95배 △하루 반 갑 미만, 반 갑~한 갑 흡연자는 3.4배, 3.7배 △평생 흡연량 10갑년 미만, 10~20갑년 1.5배, 4.5배였다. 하지만 동맥경화가 진행 중이어서 ‘심혈관질환 예비 고위험군’인 건 마찬가지였다.
정진규 교수는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이유로 하루 흡연량을 줄여도 대동맥 석회화(동맥경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며 “흡연의 위해성을 걱정한다면 담배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한국가정의학저널(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KJFM)’ 1월호에 발표됐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중년 흡연자는 과거·현재 비흡연자보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동맥) 석회화가 남성은 10년, 여성은 8년 빠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