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평(왼쪽)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과 장인영 GS칼텍스 소매영업본부장 부사장이 22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066570)와 GS칼텍스가 손잡고 전기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지난해 조직개편 등을 통해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뒤 파트너로 같은 오너 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LG전자와 GS칼텍스는 22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주유와 세차 기능에 한정됐던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과 카셰어링 등이 가능한 융복합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협약식에는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장인영 GS칼텍스 소매영업본부장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중 서울 도심권에 위치한 GS칼텍스 직영주유소에 융복합 스테이션 1호점을 조성한 뒤 이를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LG전자와 GS칼텍스의 융복합 스테이션은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내연기관 차량의 상징인 주유소 공간을 재해석하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SK네트웍스가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라는 이름의 전기차 전용 충전 공간을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SK네트웍스는 주유소 공간을 제공하고 현대차는 충전 인프라를 개발·제공하는 것이 협약의 골자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당시 현대차의 역할을 전자 기업인 LG전자가 맡게 됐다는 점이다. LG전자는 융복합 스테이션에 350㎾급 초고속 멀티 충전기를 설치하고 이후 로봇충전 및 무선충전 시스템 등 다양한 충전 인프라 개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해 충전 중인 차량의 이상 유무 등을 진단하고 수리를 추천해주는 고객 서비스도 마련한다.
이는 LG그룹 차원에서 모빌리티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LG에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하고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LG전자도 VC사업본부를 VS사업본부로 개편해 자동차와 관련한 보다 포괄적인 분야를 담당하도록 했다. 실제 LG전자는 융복합 스테이션에 설치될 초고속 충전기 등을 CTO 주관으로 개발하고 있다. 추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솔루션 형태의 사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S칼텍스 입장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에너지-모빌리티’ 종합회사로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GS칼텍스는 융복합 스테이션에서 기존의 주유·정비·세차 서비스 외에 전기차 충전·대여·경정비 등의 서비스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GS칼텍스는 롯데렌탈의 자회사 카셰어링그린카 지분을 매입하고 카닥·오윈 등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등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왔다.
범LG가 4세인 LG그룹의 구 회장과 허 사장이 미래 산업인 모빌리티 분야에서 처음 손을 잡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구인회·허만정 회장이 LG그룹을 공동 창업하고 LG와 GS로 갈라진 뒤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두 그룹이 증손자 대에서 다시 의기투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구 회장은 전장 부품을 비롯한 모빌리티 사업을 선도하고 허 사장은 비정유 사업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LG전자와 GS칼텍스가 조성하기로 한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감도. /사진제공=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