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굳은 표정으로 영장심사 출석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밤, 늦으면 24일 새벽 결정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71년 헌정사상 최초로 양승태(71·사법연수원2기)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의 기로에 놓였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부인해 온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늦어도 24일 새벽에 결정된다.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아무말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검찰 소환조사 때 포토라인을 거부한 것에 이어 그는 이날 4번 출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빠르게 지나쳤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갈림길에 선 것은 지난해 6월 판사 블랙리스트와 법원행정처 문건 등을 두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그는 영장심사에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적극적으로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지시를 보고받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주도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을 판사들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과 증거 자료로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업무수첩과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관련 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 독대 문건,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자필 ‘V’ 표시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치열한 공방으로 심사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장심사를 마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다. 그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 차량과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자택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윗선’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처음으로 발부한 인물이지만, 지난달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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